노동계 “국민통합 강조하는 윤 당선인, 이젠 구체적인 노동정책 제시해야”

유선희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 해 800명이 넘고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상황에서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시종 ‘노동 실종’이란 평가 속에 치러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주 120시간 노동’ ‘손 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같은 발언으로 시대착오적인 노동관을 드러내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계에선 윤 당선인이 선거기간 보여준 친기업, 규제완화 일변도의 인식에 우려를 표하면서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올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가운데, 건설노동자들은 중대재해법의 후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대재해법을 두고 시행령 개정을 통한 우회 손질 의사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각종 기업인 간담회에서 “(중대재해법은)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의욕을 잃지 않도록 관련 시행령 등을 잘 다듬어 합리적으로 집행되도록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건설노동자들의 목숨값으로 이윤을 남기려는 건설사들이 언제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자유시장’을 영위하도록 해야 하느냐”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낱 건설사의 이윤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강화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지난 한달 반 동안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만 사망사고가 17건 발생했고 23명이 숨졌다. 13일에도 서울 종로구 당주동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5공구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전선을 지상에서 지하로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떨어진 전선드럼에 맞아 숨졌다. 사망사고 중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장도 많다. 현대제철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관련 사업장에서 2건의 사망사고가 불과 사흘 사이 잇따랐다.

현재 근로기준법 제외 대상인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광역시·도별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특성과 노동조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여성, 비정규직, 55세 이상 고령층이 다수였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81만원으로, 전체 노동자(275만원)보다 1.5배 정도 낮다.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민주노동연구원은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최저임금 위반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비정규직·고령노동자 등 취약계층 권리보호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조례 제·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총연맹은 “(윤 당선인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정책질의에 응하지 않아 구체적인 노동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지만, ‘주 120시간 노동’ 등의 발언을 보면 노동자, 민중의 삶이 더욱 고되고 팍팍해질 것을 예견하고 있어 참담하다”며 “윤 당선인은 이제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당선이 됐으니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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