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서 들고 온 공무원, 우편 송달 위해 노동자 주소 등 확보

강현석·유선희·이삭 기자

일부 비조합원은 운송 재개 “불이익 우려…동료들에게 미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으로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운송사업자는 개시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명령한다.”

전남의 한 시멘트 운송회사는 30일 오전 회사로 찾아온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경찰 등 4명으로부터 이런 내용이 적힌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국토부는 이 업체에 ‘12월1일 24시까지’ 업무에 복귀하도록 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차는 위반차량 운행정지 30일, 2차는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 업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소유하고 있는 화물노동자 26명과 운송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왜 그동안 운송을 하지 않았는지 경위서를 받아 가고 노동자들 개인정보가 담긴 계약서와 주소 등을 복사해 갔다”면서 “내일부터 배차를 거부하면 회사 쪽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7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멘트 운송회사 등을 직접 찾아가 본격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압박에 나섰다. 정부는 운송회사에 ‘조사명령서’를 제시하며 회사와 노동자가 맺은 ‘화물운송 위·수탁 계약서’와 노동자 주소 등을 확보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인 화물노동자들의 정보를 파악해 등기우편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보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한 운송회사 대표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힘을 더 실어주고 싶지만, 비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는 만큼 내일 오전 8시부터 차량을 배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송회사에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파업에 동조하며 운행을 멈췄던 일부 비조합원들은 운송을 재개하기도 했다. 이날 한일시멘트 충북 단양공장에 시멘트를 실으러 온 A씨(65)는 운송회사 측으로부터 업무개시명령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복귀했다고 했다.

그는 “비조합원이어서 화물연대의 파업에 동참하진 않았지만 노조원들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운행을 중단하고 있었다”며 “불이익을 우려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운행을 중단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운행에 복귀한 B씨(52) 역시 “정부가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 개인사업자라고 해놓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우리가 노예도 아니고 왜 정부에서 업무개시를 하라 말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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