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탈퇴해야 일감 주겠다”…일부 운송사 ‘파업 보복’ 시도

유경선 기자

충남 운송사들, 파업 노동자에 “탈퇴서 제출” 강요…‘배차 정지’ 통보도

노조 법적 대응 나서자 사측 “오해였다, 업무 복귀 전원 가능” 입장 바꿔

지난 8일 경기 판교저유소 앞에 걸려 있는 화물연대 현수막 앞을 탱크로리 차량이 지나고 있다. 김태희기자

지난 8일 경기 판교저유소 앞에 걸려 있는 화물연대 현수막 앞을 탱크로리 차량이 지나고 있다. 김태희기자

일부 운송사들이 화물연대 총파업에 동참한 노동자들에게 업무 복귀 조건으로 ‘화물연대 탈퇴’를 요구하거나 현 노조 집행부의 퇴사를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 참여를 이유로 일정 기간 동안 일감을 주지 않겠다는 식의 불이익 조치도 예고했다. 화물연대 측이 노동조합법 위반 등을 들어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해당 운송사들은 이 같은 ‘보복성’ 방침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화물연대 현대오일뱅크 충남 천안지회와 대산지회 탱크로리 기사들은 파업을 종료한 지난 9일 운송사들로부터 ‘조합원들이 화물연대에서 탈퇴했다는 확인서를 가져와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 지회는 전국에서 파업 참여도가 가장 높았던 곳들로 천안지회 노동자들은 A사, 대산지회는 B사와 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천안지회 소속 노동자 C씨는 “운송사에서는 (이미 탈퇴한 사람 외에) 나머지 사람들도 화물연대에서 탈퇴해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탈퇴 확인서를 가져와야 자신들도 원청사에 보고하고 다시 일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A사 측은 ‘화물연대 탈퇴 후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을 때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면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느냐’는 노동자들의 질문에 “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비스 등 원청사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중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C씨는 “사측에서는 결정을 재촉하기만 했다”면서 “다른 차량을 구하겠다는 엄포도 놨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파업 종료 이튿날인 10일 ‘배차 정지 7일’ 통보를 받기도 했다. 천안지회 노동자들은 지난 2일 운송사에서 ‘업무 복귀 의사를 신속하게 밝히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회신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7일간 일감을 주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해당 문자에는 ‘수차례 수송 업무를 권고드렸다’며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운송 정지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 D씨는 “파업에 대한 보복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대산지회 집행부는 B사로부터 ‘지회 간부들이 일을 그만둬야 조합원들을 복귀시키겠다’는 통보를 들었다. 노동자 E씨는 “운송사에서 집행부 측에 ‘차량은 처분해줄 테니 퇴사를 하라’고 했다”며 “명백한 불법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오일뱅크와 일을 하는) 다른 지역 노동자들은 모두 부대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했다”고 했다.

현장 노동자들이 부당한 요구를 받자 천안지회와 대산지회가 소속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는 각 운송사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C씨는 “그제서야 운송사에서 꼬리를 내리고 월요일(12일)부터 업무 복귀를 하라는 안내가 왔다”고 말했다.

A사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 탈퇴에 대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업무 복귀는 월요일 전원 가능하다”는 문자를 노동자들에게 보냈다.

조정재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사무국장은 “(노조 탈퇴 강요) 녹취록과 문자 등 증거가 있고, 이는 강요나 협박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2019년에 정한 지침이 있는데, 이를 명백히 위반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또 배차 정지 통보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약속한 12일까지 예외 없이 업무 복귀를 시키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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