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석, 과거 ‘낙태 비범죄화론’ 주장···이번에도 답할까

김서영 기자
지난달 25일 ‘친절한 청와대’ 영상에 출연해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해 답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영상 캡쳐

지난달 25일 ‘친절한 청와대’ 영상에 출연해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해 답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영상 캡쳐

청와대가 30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을 내놓기로 하면서 조국 민정수석이 과거 발표한 ‘낙태 비범죄화론’ 논문(▶전문 보기)도 SNS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조국 수석은 서울대 법과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2013년 당시 <서울대학교 법학>에 ‘낙태 비범죄화론’ 논문을 기고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는 “모자보건법 제정 후 40년이 흐른 지금,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재생산권과 태아의 생명 사이의 형량은 새로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글에서 당시 조국 교수는 낙태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차례로 논박했는데요.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아래는 주요 내용입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3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시절 발표한 ‘낙태 비범죄화론’ 논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3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시절 발표한 ‘낙태 비범죄화론’ 논문.

■‘낙태를 허용하면 성도덕이 문란해진다’는 옳지 않다

낙태를 처벌해야 한다는 측에선 흔히 낙태가 합법적으로 이뤄진다면 무분별한 성관계로 사회의 성도덕이 문란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폅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국 교수는 “논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예컨대 낙태를 강력하게 금지하는 남미 국가와 낙태를 비범죄화한 서구 국가 중 후자에서 인명이 더 경시되고 성도덕이 더 문란한지 단언할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형법이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법철학적 의문이 존재한다”며 “낙태가 생명윤리와 성도덕 저하의 주요 원인인지, 낙태를 엄금하면 이 현상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여성이 처하는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조국 교수는 임신 주체로서 여성이 놓이는 다양한 상황을 언급합니다. 미성년자의 임신과 낙태, 연인과 헤어진 후 발견한 임신과 낙태, 별거 또는 이혼소송 중 발견한 현 남편의 아이의 낙태, 이혼 후 발견한 전 남편의 아이의 낙태 등인데요. 이에 대해 “단지 성도덕 문란, 반윤리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위에 언급된 것과 같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규범적 억압이자 국가의 직무유기를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형벌권의 오남용”이라며 “이상과 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거나 낙태 허용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여성의 프라이버시와 자기결정권 등을 중대하게 제약함은 물론 여성에게 미래의 고난을 강제하는 결과를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낙태와 모성애는 관련 없다

조국 교수는 “여성은 태아의 생명과 삶을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존재이며, 낙태 여부를 가장 고민하는 존재”라며 “산모와 아기를 도와주는 사회적 안전망도 극히 미흡한 상태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낙태를 선택하고 그 선택 후에도 자책하고 고통받는 여성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틀렸다”고 지적합니다. ‘낙태하는 여성은 모성애도 없고 비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입니다.

또한 조국 교수는 “태아 우선주의와 생명존중 담론에서 여성은 발화자도 행위자도 아닌 존재로 취급된다. 한국 사회에서 낙태를 하는 여성은 자신의 처지와 고민과 고통을 공개적으로 하소연할 수 없는 ‘침묵하는 절규자’”라며 “반면 임신에 대하여 여성과 똑같은 또는 더 많은 책임을 지는 남성에 대한 비난은 실종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조국 수석이 2013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당시 발표한 ‘낙태 비범죄화론’에 담긴 모자보건법 개정안 예시.  논문 캡쳐

조국 수석이 2013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당시 발표한 ‘낙태 비범죄화론’에 담긴 모자보건법 개정안 예시. 논문 캡쳐

조국 교수는 이 밖에도 해외 국가와의 법 제도 비교, 현행 모자보건법의 위헌적 요소 지적 등을 통해 낙태를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약하면, “낙태 감소는 낙태의 범죄화와 형사처벌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부터 지속적·체계적 피임교육, 상담절차의 의무화,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입양문화의 활성화 등 비형법적 정책을 통하여 가능할 것”인데요.

조국 교수는 낙태 비범죄화를 반영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예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교수는 “모자보건법 제정 50주년이 되는 2023년 이내에 필자의 낙태 비범죄화 제안이 국회에서 수용되기를 희망하지만,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비형법적 조치만큼은 우선적으로 입법화되기를 희망한다”며 논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29일 낙태죄 폐지 청원이 23만명을 돌파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30일간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에 대해 장관·수석급이 답변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25일에는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해 답한 바 있습니다. 조국 수석이 이번에도 직접 ‘낙태죄 처벌 폐지’ 청원에 답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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