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번엔 낙태죄 위헌 결정 내릴까

이혜리 기자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26일 답변하면서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성 헌재소장과 유남석 재판관 임명으로 헌재는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297일만에 헌재소장 공백 사태를 끝냈고 정상적인 ‘9인 재판관 체제’를 회복한 상태다. 여기에 여러 재판관들이 낙태에 대한 ‘제한적 찬성’ 입장을 밝혀 낙태죄 위헌 결정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헌재는 한차례 낙태죄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적이 있다. 여성의 승낙을 받아 낙태를 도운 의사·조산사 등을 처벌하는 형법 270조1항이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2012년 8월 합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법률의 위헌을 결정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합헌으로 결론이 나왔지만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과 이동흡·목영준·송두환 헌법재판관 등 4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시 심리하고 있다. 지난 2월8일 형법 270조1항과 함께, 낙태한 여성 본인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1항이 위헌인지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찬반 대립이 첨예한 만큼 조만간 공개변론을 다시 열 수도 있다. 2011년 11월 공개변론 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 구도가 팽팽했다.

재판관들은 낙태를 이같은 대립 구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한적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있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이 했듯이 (임신 후) 일정 기간 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이수 재판관도 헌재소장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예외적으로 임신 초기 단계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경우와 같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무단 낙태행위에 대해 형벌로써 대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유남석 재판관도 “임신 초기 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의사 상담 전제 하에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낙태는 어느 정도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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