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 휴대전화 압수영장 번번이 기각…수사에 한계”

최민지·오경민 기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성추행 의혹 수사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월27일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기록보관소 추진 중단과 성추행 은폐 가담자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 7월27일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기록보관소 추진 중단과 성추행 은폐 가담자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방조 혐의 서울시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도 조사 안 해
6개월 가까이 수사했지만 결국 “증거 불충분” 결론

29일 마무리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경찰 수사는 네 갈래로 이뤄져왔다. 박 전 시장 변사 사건과 A씨 성추행 및 이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 A씨에 대한 2차 가해 등이다. 경찰은 지난 7월16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수사를 진행했다. 박 전 시장은 피소 이튿날인 9일 오후 모습을 감춘 뒤 다음날 0시1분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핵심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그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이다. 피의자가 수사 개시 전 사망함에 따라 성추행 사건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규정한다. 경찰도 이날 “피해를 입증할 강력한 진술은 피의자 진술이나, 사망한 피의자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신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 수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우회 수사하려 했다. A씨가 직원 20여명에게 성고충을 호소했다고 주장한 만큼, 이들에 대한 수사로 성폭력 피해 실체가 드러날 것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증거 부족에 따른 불기소 의견(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 7월부터 피해자와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등 피고발인 5명, 서울시 직원 등 참고인 26명을 조사했지만 피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법원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2차례 모두 기각했다는 점을 들어 “사실관계 확인에 제한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박 휴대전화 압수영장 번번이 기각…수사에 한계”

경찰은 그러면서도 피고발인들의 휴대전화를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방조 혐의 고발장을 피해자가 낸 게 아니고, 피고발인을 피해자가 특정하지도 않았다. 수사상 필요성이 없어 이들의 휴대전화 압수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추행 방조 수사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 7월10일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하며 시작됐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공동행동은 “경찰이 20여명의 서울시 전·현직 직원에 대해서 진술을 받고도 휴대전화 포렌식과 압수수색 등 진술을 뒷받침할 수사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전임 비서실장 2명이 언론에 ‘(성고충을) 들은 사람이 없다’는 발언을 해 조사를 받는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소문건 유포행위’에 대해서는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 미준수 등) 혐의로 5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 지난 7월 온라인에는 A씨의 고소장이라는 문건이 유포됐다. A씨에 대해 악성댓글을 다는 등 2차 가해를 한 4명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고, 군 소속인 피의자 2명은 국방부로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1명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박 전 시장의 변사 사건은 타살 혐의점 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내사 종결하기로 했다.

한편 가로세로연구소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고발 사건은 각하 의견으로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 7월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는 이 단체가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고인을 모욕했다며 운영진 강용석씨 등 3명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인을 조사했지만 고소권자인 유족의 고소가 없었다”고 말했다.

남은 수사도 있다. A씨 측은 지난 25일 자신의 실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했다며 박 전 시장의 측근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고소했다. 경찰은 “현재 피의자 1명을 입건 조사 중이며 추가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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