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호소인’ 호칭부터 편지 실명 공개까지…끊임없이 이어진 2차 가해

오경민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지난 7월8일 경찰에 피해를 신고한 직후부터 성추행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29일까지 끊임없이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고소 직후 A씨는 통상적인 성폭력 피해자와 달리 ‘피해자’로 불리지도 못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청와대와 민주당, 서울시 관계자는 A씨를 ‘피해 고소인’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호칭했다. 지난 9월 MBC 신입 취재기자 입사 논술시험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려는 ‘신상털기’는 줄곧 A씨를 위협했다. 서울시 비서진 목록 등을 공유하며 A씨를 찾아내겠다는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들을 A씨 측은 지난 7월13일 고소했다. 다른 여성의 얼굴 사진이 A씨인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아다녔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 블로그 등에 A씨 실명 등을 유포한 누리꾼들을 지난 10월7일 고소했다. 지난 23일에는 김민웅 경희대 교수가 피해자 실명이 적힌 편지를 잠시 노출했다.

2차 가해를 중단하라는 연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SNS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박 전 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해 59만6410명이 동참했다. 박 전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8명이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문’을 발표하는 한편 경희대 학생들도 김민웅 교수의 피해자 편지 공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29일 경찰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 비서진 추행방조 의혹은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자 일각에서는 성추행 의혹까지 부인하며 다시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 조사에 의해 고소인 측의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 고소·고발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피해자 측은) 성폭력과 묵인·방조를 한 몸뚱이로 주장했지만 묵인·방조가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4년에 걸친 성폭력이라는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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