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440원 오른 최저임금, 시간제 노동자들 ‘환영’ 속 ‘아쉽다’

오경민·강은·강한들 기자
김상민 기자

김상민 기자

“시급이 오르면 좋을 것 같긴 해요. 뭘 하나 바꾸려면 너무 큰 돈이 들더라고요. 저희 집 창문도 고장났고, 에어컨도 고쳐야 하는데…(지금은) 그런 게 부담이 되죠. 지금 받는 월급은 생활비로 다 나가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저축 먼저 할 거예요.”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권예빈씨(23)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13일 이같이 말했다. 주 5일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권씨의 내년에 9만1960원 오른다. 주말에 다른 카페에서 10시간 더 일하는 권씨가 지금 한 달에 버는 돈은 160만원가량인데, 소액이지만 이보다는 주머니가 더 두둑해지는 것이다.

권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필요한 데 쓰면 남는 돈이 없고, 사고 싶은 것을 사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대학 2학년인 권씨는 “졸업하고 나서도 취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마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에 최저임금이 오른 덕에)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만 있다면 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매년 최저임금보다 30원 높은 시급을 받으며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해온 김모씨(45)의 월급은 지난 5년 사이 60만원가량 올랐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이 매장에 들어올 때마다 열을 재러 달려가고, 주문이 들어오면 음료컵을 채우고, 감자튀김 조리 완료 시간을 알려주는 스톱워치를 확인했다. 김씨는 “번 돈은 적금이나 아이들 학원비, 식비에 보태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이들 학원을 더 괜찮은 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커가면서 학원비가 오르기도 하고 해서 매번 최저임금 인상이 잘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꽤 의미가 있다”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임태우씨(21)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용돈벌이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활비를 벌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희망사항으로는 최저임금이 9500원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으로 평생 생계를 꾸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 같은 청년층에게 좋은 일”이라면서도 “아르바이트로 집을 산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과연 낮은 임금으로 수도권에 집을 구할 수는 있을까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이예린씨(20)도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더 올랐으면 좋겠다”며 “좋긴 좋은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못 지키는 거니까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함께 사는 이씨 부모님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씨가 최저임금을 받는 편의점 일자리로 할아버지와 여동생 2명까지 총 여섯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씨는 “사장님들이 ‘이제 돈 못 줄 것 같다’고 할까봐 걱정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 그래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진짜 좋을 것 같다”면서 “예전보다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지만 그만큼 물가도 많이 올랐다. 정말 ‘나중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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