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책임 감면’ 경찰관 직무집행법 국회 통과…공권력 오·남용 우려 여전

이유진 기자
어지럽게 얽힌 전선 너머로 서울 미근동 경찰청 청사가 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어지럽게 얽힌 전선 너머로 서울 미근동 경찰청 청사가 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경찰관의 직무 집행 중 발생한 문제에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은 숙원 사업 통과에 안도감을 표한 반면 시민사회는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권한 오·남용을 우려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찬성 205명, 기권 2명이었지만 반대는 ‘0명’이었다. 개정안에는 경찰관이 업무 중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구조하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줬을 경우, 그 직무수행이 불가피하고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은 지난달 8일 인권침해 우려 등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인천 흉기 난동 부실 대응과 서울 중부 스토킹 살인 등을 계기로 경찰력 강화 논의가 공론화하면서 법안 처리는 급물살을 탔다.

법사위는 전날 이 법안을 가결하면서 ‘살인과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명백하고 긴급한 상황’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면책이 요구되는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찰력 오·남용 우려를 의식한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의 적극적 조치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뒷받침이 마련됐다”며 환영했다. 반면 시민사회는 “경찰 권한 남용에 대한 면죄부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논평을 내고 “경찰관의 정당하고 적정한 직무집행은 형법상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현재도 처벌되지 않는다”며 “반면 형사책임 감면 조항을 신설할 경우 물리력의 오·남용과 인권침해의 우려는 크다”고 밝혔다. 형법 20조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중복 조항’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단체는 최근 부산에서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해 부상을 입힌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의 물리력 오·남용에 의한 사람의 신체 또는 생명의 피해는 많은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행정인력과 정보경찰과 같은 불필요한 조직을 줄이고 현장대응 인력을 증원하거나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은 논의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자문기구인 경찰인권위원회 역시 “경찰의 직무상 발생하는 형사책임은 이미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호받고 있다”며 “법 통과에 따른 실효성은 낮고 인권침해 여지는 크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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