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를 다르게 보는 방법?

양다영 PD · 윤기은 기자

지난달 말부터 사랑벌레(러브버그)가 수도권 서북부에 떼지어 나타났습니다. 사랑벌레는 국내 기록된 적이 없는 털파리류 곤충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올 봄 가뭄이 길어지다가 6월 장마가 내리자 사랑벌레알이 한꺼번에 부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랑벌레는 아파트 안이나 식당 문, 창문 방충망에 나타났습니다. 사랑벌레를 없애달라는 민원이 쇄도하자 서울 은평구청, 경기 고양시청 등 지방자치단체는 공원과 하천 곳곳에 방역 조치를 했습니다. 사랑벌레가 나타나지 않은 인근 지자체들도 ‘선제 방역’을 실시했습니다.

모두가 사랑벌레 살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살충을 멈춰야 한다”고 외치는 곤충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곤충의 보금자리>, <곤충의 살아남기> 등 ‘한국판 파브르 곤충기’를 펴낸 정부희 박사(60)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정 박사는 러브버그 떼를 한꺼번에 살충하면 다른 생물들도 함께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유독성 물질이 담긴 살충제가 땅 속과 하천에 스며들면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박사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곤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곤충 또한 지구 생태계 구성 일원이라는 이유입니다. 곤충이 없어진다면 살충제로 인해 죽은 생물을 먹고 사는 2차, 3차 포식자들의 생존도 위협받습니다. 게다가 사랑벌레는 진드기 박멸이나 환경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박사는 도시에 벌레 떼가 나타났을 때 무조건적인 방역으로 박멸할 게 아니라 공생을 위한 ‘생태투어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사람들이 벌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벌레와 친숙해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정 박사는 곤충 관찰을 위해 국내 산으로, 들로 다닐 때마다 곤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합니다. 특히 버섯에 사는 ‘버섯 곤충’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5년 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자주 보이던 호랑나비도 이제는 공원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벌레들이 사는 곳에 건물과 길을 세우면서 살 곳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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