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용산구청장, 참사 2시간 전 현장 지나며 ‘아무 조치 없이 떠났다’

강은 기자

“인파 모여 걱정”이라면서도 관계기관 연락 안해

용산구청 홈페이지엔 비판 게시글 쇄도

임기 1년도 안돼 주민소환청구 대상도 아냐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행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참사 발생 2시간 전에 현장을 지났으나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데다, 참사 현장은 박 구청장의 자택 근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구청장은 당시 고향인 경남 의령군 축제에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용산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본인의 고향이자 용산구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는 경남 의령군을 찾았다. 핼러윈 참사 당일인 이날은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용산구의회에서 결의해 ‘긴급대책 추진기간(27~31일)’으로 정한 기간이었다. 용산구 관계자는 “박 구청장은 의령군 초청으로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로 복귀한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그가 서울로 복귀한 오후 8시쯤은 경찰에 ‘압사 우려’ 신고가 다수 접수되고 있을 때였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로,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서 불과 100m 가량 떨어져 있다. 박 구청장의 자택도 퀴논길 인근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구청장은 당시 이태원로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퀴논길 일대를 둘러본 뒤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 쓰고 있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소방·경찰 등 관계기관에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다. 권 장관의 지역구는 용산구로,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의 정책특보를 지낸 바 있다.

앞서 박 구청장은 참사 직후인 지난달 31일 언론에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행사주최가 없어)이건 축제가 아니다.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1일에서야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매우 송구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용산구청 홈페이지에는 박 구청장의 사퇴 등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박 구청장은 주민소환청구 대상이 아니다. 주민소환법 8조를 보면,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경우 임기 개시일에서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주민소환투표 실시를 청구할 수 없다. 박 구청장은 지난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용산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이 당일 상황을 인지한 시점은 오후 10시53분이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그보다 6분 후인 10시59분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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