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전력 이유로 제한’ 법적 근거 없어…‘집회 자유’ 침해, 위헌·위법 논란 증폭

이혜리·김혜리 기자

헌재·법원 판단, 국제사회도 모두 ‘집회 시간 결정권’ 인정

윤 정부, 법 개정 거야에 막히자 또 ‘시행령 통치’ 되풀이

정부·여당이 24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에서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야간 집회 금지와 경찰 면책권 부여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법원의 판례와 국제사회의 기준이 있는데도 정부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정의 집회·시위 규제 방침이 집회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헌법·법률 취지에 반하고, 헌법재판소·법원의 판단과도 배치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를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로 정의한다. 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집회를 열 수 있게 함으로써 ‘행정권의 일방적·사전적 판단(허가)’을 차단해왔다.

반면 당정 방침은 사실상 허가제를 부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정은 이날 “(집회를) 신고단계에서 제한하겠다”고 했다. 경찰의 금지통고를 활용해 집회를 ‘사전 규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행법상 ‘불법 전력 단체’라는 이유로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는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지만, 이 규정도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김선휴 변호사는 “집회를 사전적으로 금지하고 개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가장 강력한 형태의 제한”이라고 했다.

그는 “신고 범위를 다소 이탈했거나 경찰의 과도한 대응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의무 위반이 있다고 해도 통틀어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사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게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집회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집회는 ‘그 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개최돼야 하고 심각한 폭력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베니스위원회 등이 제시한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헌재·법원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에 ‘집회의 시간·장소·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판단해왔다. 대법원도 집회가 신고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불법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정부가 또다시 ‘시행령 통치’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다수를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에 반대하기 때문에 정부가 현행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방식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령은 그래도 기준이라는 게 있지만 경찰서장의 금지통고는 시행령보다 밑에 있는 일반 처분”이라며 “(이를 활용하는 것은) 적나라한 폭력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정의 집회 규제가 현실화하면 집회를 막으려는 경찰과 열려는 시민들 간 충돌로 집회가 도리어 과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집회의 자유가 크게 제한된다.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에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낼 수도 있지만 이는 집회를 신고제로 규정한 취지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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