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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남성 직원만 달성 가능한 기준으로 승진심사를 해 온 대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적 성차별을 인정한 사례다.

중노위는 기계 제조·판매기업 A사에게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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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국내사업본부는 직접 영업을 하는 영업관리직은 전원이 남성,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영업지원직은 전원이 여성이었다. A사는 지난해 상반기 2급갑(과장급) 승진심사에서 직접 영업을 했을 때만 쌓을 수 있는 ‘매출점유율’과 ‘채권점유율’ 등을 승진 기준으로 적용했다. 여성 직원들은 승진 기준을 충족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영업지원직 여성 승진대상자 2명은 승진에서 탈락했다. 영업관리직 남성 승진대상자 4명 중에서는 3명이 승진했다. 탈락한 여성 직원 2명은 남성 직원들보다 3년간의 인사평가 평균 점수가 높았고 경력도 길었다.

사업주는 “(여성 직원 2명이)입직 경로의 차이, 업무 확장성의 차이 등으로 고급관리자로 가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했다. 초심을 맡은 지방노동위원회도 ‘영업관리직과 영업지원직 간의 직무상 차이에 의한 승진 결정’이라며 차별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노위는 초심 지노위의 판단을 뒤집고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을 인정했다. 탈락한 여성 직원 중 1명과 비슷한 시기 입사한 고졸 남성 직원들은 모두 2급갑 이상으로 승진한 점, A사 2급갑 직원들이 반드시 관리자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A사의 ‘유리천장’도 드러났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이 회사의 성비는 남성이 88%이고 여성이 12%였는데, 2급갑으로 올라가면 남성 97%에 여성 3%로 불균형이 더 커졌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2급갑으로 승진한 53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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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는 “이번 판정은 겉으로 보기엔 중립적인 기준으로 남녀를 동일하게 처우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성이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여성은 불리한 결과에 처하며, 그 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를 성차별로 인정한 사례”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별에 대해 시정명령을 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번 시정명령은 2022년 5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뒤 내려진 두 번째 시정명령이다. 첫 번째 사례는 육아휴직 복귀한 파트장을 일반사원으로 강등하고 승진 대상자에서 배제시킨 한 과학·기술서비스업체에게 내려졌다. 해당 회사는 “감봉 이상의 징계처분 또는 휴직 중(개인사유, 신병, 육아휴직)에 있는 자”를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승진 규정도 두고 있었다.

▼ 조해람 기자 lenno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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