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출산하는 순간 영영 출근하지 못할까봐 [우선, 나로 살기로 했다]

① ‘일’은 시민권, 어떻게 포기하나요

2030 여성 비정규직 7명 FGI

“여성 생애계획 핵심은 가족 아닌 일”

결혼·출산 ‘노동자로서의 생존권’ 위협 인식

“‘일하는 엄마’ 있지만 ‘노동자 여성’ 없다”

일·생활 균형 제도의 뒷받침 필요

2015년 처음으로 여성 고용률(50.1%)이 50%를 넘었다. 30대 여성 고용률은 2015년 56.9%에서 2023년 68%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15년을 어떤 반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티핑 포인트’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급격히 하락했는데 2015년 이후의 하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하락’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매년 출산율이 하락해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30 여성들이 ‘일’을 선택하고 있다. ‘아이’는 포기했거나 고민 중이다. 이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얻어 ‘경제적 자립’을 통해 ‘자기만의 방’을 꾸리는 생애계획을 수립하려 한다. 이들의 생애계획에서 ‘가정’은 후순위다. 이미 선배 세대들을 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한 2030 여성들은 ‘출산 후 경력단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혼, 무자녀’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 2023년 12월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에서 출산율 감소세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 두드러졌다.

“일이 너무 재밌는데 결혼하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향신문 플랫팀이 실시한 2030 여성들에 대한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FGI)에서도 “스스로 기획한 삶이 흔들리지 않길 바라는” 이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 여성에게 돌봄의 무게추가 쏠리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비혼주의자가 아니다. “잘 키울 자신은 있는데 이 사회에서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플랫팀은 각기 특성이 다른 대기업·공공기관 소속의 정규직 여성 노동자 6명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16일 4시간씩 FGI를 실시했다. FGI는 심층 집단 인터뷰를 통해 개인별 의견을 넘어 참여자들의 공통적 특징을 발견해내는 질적 연구방법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FGI 자문을 했다.

불안하다, 출산하는 순간 영영 출근하지 못할까봐 [우선, 나로 살기로 했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에서 일하는 구영지씨(33·가명)는 남편과 같은 직장에 다니다 2021년 결혼 이후 권고사직을 당했다. 대기업이었다. 2016년 입사해 5년간 다닌 직장이었다. “제가 주눅든 것일 수도 있지만 팀장이 불러서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은근히 말했어요. 그때 저는 무지해서 그래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는 2년 전 콜센터에 취업했다.

그는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영지씨는 “전반적인 건강상담을 하고 있고 대체하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커리어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은 ‘필수노동자’로 호명됐지만 이들의 노동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영지씨는 2년 일하면 계약해지되고 퇴직금을 받는다. 다시 재계약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구조다. 그는 전세자금대출을 자신의 이름으로 받아본 적이 없다. 영지씨는 이 구조를 바꾸고 싶어서 노조에서 싸우고 있다.

영지씨는 현재 난임치료 중이다. 남편과 시가는 임신하기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는 “일이 삼신할매도 아닌데 일을 그만두면 아이가 임신되나요”라고 말했다. 영지씨는 이날도 호르몬 주사를 맞고 인터뷰에 참여했다며 “사실 아이를 원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결혼하고 권고사직당하고 돌고 돌아 고객센터에 왔어요. 그럼에도 이 일이 좋았고 제 성향에 맞았어요. 저는 정말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인생 처음으로 노조 일을 하면서 남편과 시가에 거리를 두는 ‘작은 싸움’을 하는 중이예요. 꼭 이기고 싶어요.”

2030 여성들의 핵심은 ‘일’…“경제적 자립 원해요”

2024년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팀이 2019~2020년 분석한 ‘저출산 대응정책 패러다임 전환 연구’ 보고서를 보면 최근 세대로 올수록 2030 세대의 고용률은 유배우율(인구 100명 중 혼인 상태에 있는 인구)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해 가족을 꾸리는 삶보다 일을 하며 사는 삶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김 위원은 “지난 10년간 여성들의 인식은 ‘가족 중심 생애과정’에서 ‘노동 중심 생애과정’으로 이동했고 가족 내 성역할 규범이 급속도로 해체됐다”며 “청년 여성들은 일과 경력을 독자적인 삶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2030 여성들은 자녀를 가진 후에도 ‘일하고 싶다’는 비율이 높았고, 특히 ‘육아휴직을 쓰면서’ 일하고 싶다는 비율이 높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일을 못 할 것 같다’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에게 결혼, 출산은 ‘노동자로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3’ 분석을 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20대 여성은 27.5%에 그쳤다. 20대 남성은 41.9%인 것에 비해 14.4%p 낮았다. 30대의 경우에도 남성은 48.7%, 여성은 31.8%로 격차를 보였다. 김 위원은 “2030 여성들은 ‘결혼이나 자녀 양육을 취업, 경력 추구와 갈등을 빚는 희생, 비용 요인’으로 표현했다”며 “연구 참여자들 대다수는 기존의 남성중심적 가족규범에 순응하기보다 혼자 살아가는 삶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노동 중심 생애계획’을 방해하는 ‘척박한 노동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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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척박한 노동 구조’는 이들의 ‘노동 중심 생애계획’을 방해한다. 남녀 모두 힘들지만, 여성에겐 특히 더 가혹하다. 2030 비정규직 여성들은 ‘노동 중심 생애계획’을 세웠지만 “‘생활 유지’가 계획”인 상황에 놓여 있다. 국립대에서 시간제 상담사로 일하는 김인정씨(37·가명)는 5개 강의를 ‘뛰지만’ 방학 때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딩크(맞벌이 무자녀 가정)로 살 계획인 인정씨는 “열심히 일하며 잘 쉬고 잘 먹고 잘 놀고 싶은데 내 벌이로 그게 가능한가 생각해보면 안될 것 같다”며 “남편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정씨의 남편은 건설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 김은지 위원이 여성 3049명, 남성 3301명 등 총 6350명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여성의 61.2%, 남성의 72.4%가 취업자였다. 이중 정규직 비율은 남성(47.1%)이 여성(37.9%)보다 10%p 가량 높았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여성은 일을 그만두거나, 일을 하더라도 불안정하고 사회적 보호 수준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았다. 유자녀 여성(870명)이 취업하지 않은 비율은 42.6%에 이르렀다. 이들은 자녀가 있는 남성에 비해 소기업이나 개인사업체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고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았다. 자녀가 없는 경우에도 여성은 소기업 종사 비율이, 남성은 중기업 이상 대기업 종사 비율이 높았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05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섰지만 노동시장의 불평등성은 강화됐고 여성은 ‘노동자’라기보다 ‘가구 내 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해 입직과 퇴직을 반복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며 “노동시장에 적응한 소수의 여성들만 안정적인 일자리에 남고 대다수 여성들은 노동시장 주변부에 남게 됐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노동 현실’에 대해 “여기저기 떠돌면서 일하고 있다”, “여러 기관에 걸쳐 있다”,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모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7명 모두 단시간·계약직 노동자거나 프리랜서, 전일제 비정규직이다. 플랫팀은 기혼 유자녀, 기혼 무자녀, 비혼 등 다양한 상황에 있는 참여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20~30세대 전일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기혼 유자녀는 찾기 어려웠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30대 여성의 경우 결혼하고 아이 낳는 단계까지 가기가 힘들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8년간 면세점 판매 노동자로 일한 황미진씨(29·가명)는 곧 권고사직 통보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씨가 일하는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고 임금 인상과 복지를 요구하니 원청은 20년 계약한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려는 중이다. 그는 “새로운 업체와 계약하면 20년 일한 사람들도 최저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직을 준비 중이다.

결혼·출산은 비정규직 여성에게 ‘일할 수 없다는 신호’

한 여성이 콜센터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용형태 차별과 성차별의 ‘이중·복합 차별’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여성들은 일자리가 불안한데다, 여성에게 떠맡겨지는 돌봄의 무게로 결국 일을 포기하는 악순환에 놓인다. FGI 참여자 중 정규직의 경우 참여자 6명 중 4명은 이직 경험이 없었지만 비정규직 참여자들은 7명 중 6명이 이직 경험이 있었다. 이직 횟수도 2~5회로 많았고 10회 이상 이직했다고 밝힌 참여자도 있었다. 참여자들은 평균적으로 1.7년마다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단시간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로 노동시장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은 이들에게 곧 일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수민씨(36·가명)는 계약직으로 2년을 채우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계 기관에서 일했지만 임신하면서 ‘계약 종료’를 선택했다. 현재 아이를 키우면서 프로젝트 전시 기획 일을 단기로 하고 있다. 그는 결혼하자마자 동료들로부터 “임신하지 말라”, “아이 봐주실 분 있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규직 선배들은 자유롭게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지만 계약직은 요구할 수 없었다. 이씨는 “법적으론 계약직도 출산휴가 요구할 수 있지만 하지 못했다”며 “밀리듯 ‘계약 종료’를 택했다”고 말했다. 기관에서는 이씨에게 출산 후 일할 여건이 되면 연락하라 했지만 그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조직”이라 말했다.

다큐를 만들면서 프리랜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강원희씨(35·가명)는 아이를 키우며 단기 프로젝트 일을 계속 했다. 이제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계속 단기로 일하다보니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경력을 만들지 못했다. 그는 “비혼인 여성 감독은 많지만 출산하고 육아하면 떠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알바로 11월에 바짝 벌고 4월까지는 돈이 없다”며 “(수입이) 들쑥날쑥이어서 계획을 세워 돈을 쓰거나 적금을 붓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의 걸림돌로 ‘아이’를 꼽았다. “죄책감이 들지만 그래요. 둘째 계획은 없습니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출산과 육아는 ‘페널티’가 된다. 영지씨는 콜센터 입사 면접에서 결혼과 임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때는 무지해서 ‘임신을 어떻게 계획하느냐’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며 “지금도 임신하거나 아이가 어리면 팀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직을 준비 중인 미진씨도 “면접에서 결혼과 출산 계획을 물어보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남자친구는 이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서 부러웠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비정규직은 이직이 더 잦은데 그때마다 출산을 고민해야 하는 조건에 놓인다”며 “출산 계획이 없다고 말해야 일을 할 수 있는 ‘반사회적 기업 문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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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프리랜서 라디오 작가 박경인씨(28·가명)는 “생각해보니 출산한 동료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오전 10시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쪽잠 자는 분위기, 걸어가는 15분이 아까워서 숙직실에서 자는 환경에서 과연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이 있었을까요. 자연스럽게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씨는 “방송작가는 99% 여성인데다, 대부분 프리랜서다 보니 출산하는 순간 출근할 수 없어지는 것 같다”며 “의사는 남자가 많고 간호사는 여성이 많다 보니 남녀 역할이 나뉜 것처럼 보이는데 PD와 작가도 그런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계에도 ‘표준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일부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2년간 일하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나갔다 와야 해요. 6개월 간 나갔다 오면 다시 부르더라고요.”

이런 구조는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 출산에 대한 선택을 주춤거리게 만든다. 경인씨는 “지금 방송 일이 너무 재밌는데 결혼하면 현장을 떠날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결혼은 결국 여성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고 족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못하게 된다면 더더욱 결혼, 출산에 대해 앞으로도 영원히 생각하지 않을 거 같다”며 ‘영원히’라는 말에 유독 힘을 줬다. “결혼과 출산은 ‘시지프스 바위’처럼 느껴져요. 올라가면 떨어지고 또 오르려고 노력할 바엔 ‘바위’를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요.”

2년여 동안 국책연구원 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우연씨(30·가명)는 결혼 계획이 있지도, 없지도 않다. 결혼·출산 계획에 대해 그는 “다 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다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두 선택이 가벼워진 상태에서 선택하고 싶습니다. 책임감이 저에게 돌아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일하는 엄마’는 있지만 ‘노동자 여성’은 없다”

부처 폐지를 목표로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에서 7일 공무원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10장의 사진을 촬영한 뒤 합성했다. 이준헌 기자

고용이 불안정하고 저임금 상태에 놓여 있지만 이들에게 일은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수민씨는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단기 프로젝트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은 30~100만원 정도다. 그는 “생계 유지는 전혀 못 한다. 자아실현을 위해,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하는 일들”이라며 “그럼에도 일을 조금이나마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잠깐 아이와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아이 돌볼 때 웃으면서 할 수 있고 아이 밥을 더 기쁘게 만들 수 있어요.”

수민씨는 3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창업을 준비할 계획이다. “남편과의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경제력을 잃는 순간 무너졌어요.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제가 밖에서 일하고 남편이 아이를 돌보게 하고 싶어요.” 참여자들은 다같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비정규직 참여자들은 육아휴직, 육아기단축근로 등 제도가 있어도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일·생활 균형’을 말하지만 제도 수혜자는 일부 대기업 노동자에만 한정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일·생활 균형 제도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 의견이었다. 우연씨는 “‘장애 없는 남성’으로 표준화돼 있는 일터의 표준 모델을 바꿔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일·생활 양립 제도는 ‘일하는 엄마’는 있지만 ‘노동자 여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은 일, 생활은 생활로 양분돼 있는데 노동 환경 안에서 돌봄이 공존하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정부가 오랫동안 사용했던 ‘일·가정 양립’이라는 용어는 “여성을 주요 행위자를 두는 이상 두 가지 부담을 다 주겠다는 뜻”이라며 “진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중요 행위자는 일터인 ‘기업’과 ‘공공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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