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 (1)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정확하게 1년 후, 2022년 3월9일에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대선 국면이 열리는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당장 시대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대통령 이름이다. 21세기에 들어와 노무현 시대, 이명박 시대, 박근혜 시대가 있었고, 현재는 문재인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이 시대와 대선은 곧바로 시대정신을 생각하게 한다. 시대정신이 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이라면, 대선은 이 시대정신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을 이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내건 시대정신은 낡은 정치 청산이었고, 2007년 이명박 후보가 내건 시대정신은 선진일류국가였다. 2012년 박근혜 후보가 내건 시대정신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였고, 2017년 문재인 후보가 내건 시대정신은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제시된 시대정신이 물론 집권 과정에서 그대로 실현된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선진일류국가보다는 신자유주의적 토건국가로 후퇴했고, 박근혜 정부의 경우 복지국가는 고사하고 국정농단에 따른 탄핵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의학적 방역과 경제적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지만, 부동산 정책과 공정 구현에서 정당성을 상실해 왔다.

과연 무엇이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될 것인가. 우선 주목할 것은 시대정신이 허공 속의 관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대정신은 현실의 반영이자 해법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광복 이후 대표적인 시대정신이었던 산업화와 민주화다.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1960년대에 산업화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았고, 산업화의 기반 위에서 자유·인권·민주주의를 누리기 위해 1980년대에 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

21세기에 들어와선 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으로 선진화와 복지국가가 모색되고 제안됐다. 선진국의 입구에 도달했다는 현실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복지국가 구축이 시급하다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였다. 문제는 현실 진단이 옳았지만 그 해법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음으로써 시대정신이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대선을 1년 앞둔 현재, 그렇다면 우리 현실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나는 최근 우리 사회 현실을 관통하는 개념이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불안은 거시적인 동시에 구체적인, 경제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먼저 거시적인 불안의 대표적인 실체는 두 가지다. 인공지능과 플랫폼 비즈니스로 대변되는 과학기술 변동에 따른 전체 일자리의 감소와 일자리 안정성의 약화, 저출산 및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늙어가는 대한민국’과 복지 부담의 증가는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편 구체적인 불안의 대표적인 현상 역시 두 가지다. 젊은 세대의 경우 생애 안에 거주할 집 구하기를 어렵게 하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고령 세대의 경우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노후 빈곤이 불안을 심화시키고 구조화시킨다.

이러한 거시적이고 구체적인 불안은 먹고사는 경제 문제와 이와 연관된 불평등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특히 불평등은 아파트 가격으로 나타나는 자산 불평등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강화하는 삶의 질 양극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당장 풀어야 할 일차적 과제다. 이 경제적 불안은 사회적 분노로 전이되고, 이 분노의 그늘에서 혐오와 적대의 감정이 서식하고 분출한다. 나는 모든 것을 경제적 요인으로 환원시키는 경제주의적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 문제, 특히 사회 불평등을 해결할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시대정신은 결국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믿는다.

이러한 현실이 함의하는 바는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과학기술 변동과 인구절벽에의 적극적 대응, 신뢰할 만한 부동산 대책과 실현 가능한 복지국가의 재구성, 그리고 새로운 성장과 공정한 분배의 선순환을 통한 불평등 해소를 일차적으로 겨냥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바람은 소박하다. 비판만으로, 반대만으로, 분노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조타(操舵)할 꿈을 품은 리더라면, 마땅히 우리의 선 자리를 직시하고 갈 길을 밝혀야 한다. 유력 잠룡들의 시대정신에 대해선 이어 다음 칼럼들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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