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가계부채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이제 가계부채 문제는 그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일부에서는 과잉 부채로 인한 퍼펙트 스톰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총량 규모로 보면 가계부채는 올 2분기 말 가계신용 기준 1806조원으로 연간 명목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한다.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면 2000조원이 넘는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주요 국가들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보면 한국이 9.5%로 가장 높고, 캐나다·스웨덴 6.0%, 독일 4.4%, 일본 3.9%, 미국 3.4% 순이다. 수많은 연구들이 입증했듯이, 가계부채 급증 이후의 주택가격 하락으로 나타나는 경기침체의 충격은 여타 경기침체보다 크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이 OECD 국가 25개국을 대상으로 실제 발생한 주택가격 하락 사례 99건을 분석한 적이 있다. 이들 국가를 고부채 그룹와 저부채 그룹으로 구분하여 그 영향을 비교했다. 그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 하락 시 나타나는 가계소비 감소는 고부채 그룹이 저부채 그룹보다 10배 이상 컸다. 실질GDP는 -3%까지 떨어지고, 실업률은 1.5%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러한 영향은 최소한 5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가계부채발 금융불균형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최근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우려되는 특징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가계신용대출이 고신용자 대출 위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고신용자 신용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한 반면, 저신용자는 9.7% 감소했다. 금융 접근성의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고신용자 대출은 상당 부분 주택 및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신용자 대출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의 상관계수가 작년에 0.75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이 수치가 0.23이었다. 자산 증식 목적의 차입 수요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셋째, 차주의 평균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위기 이후 신규 가계대출에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선다. 2020년 말 30대의 소득 대비 대출비율(LTI)은 26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넷째, 금리 리스크가 큰 변동금리대출의 비중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 목표비중 관리 대상이나 신용대출 등은 변동금리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무려 81.5%였다. 이는 2014년 1월 이후 최대치다. 다섯째, 비은행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감 추이를 보면, 2019년 상반기에는 18조원 늘었으나, 2020년 상반기에는 36조4000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63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은행이 각각 21조4000억원, 40조7000억원을 늘렸고, 제2금융권은 오히려 소폭 줄였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제2금융권에서 21조7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소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대응은 무엇보다 적절한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일회성 충격요법이나 단일 처방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얘기한 대로 중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기적인 정책은 결국 정책 신뢰가 관건이다. 가계부채 대책은 일관성 있고 강단 있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주체들과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효과적인 가계부채 대응을 위해서는 중앙은행과 금융당국 간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서도 과잉 부채에 대한 대응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정책당국 간 견해 차이와 정책 협조 실패가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코로나 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한 바 있다. 그 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이번에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다. 적극적인 정책 공조와 정책수단 활용으로 가계부채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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