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가 된, 지금 그곳의 다채로운 서사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연재를 시작하며

조성봉 선생이 1971년 촬영한 중앙청(1995년 철거), 청계 고가도로(2005년 철거), 숭례문, 관악산 취사 장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셀수스협동조합(조성봉사진갤러리) 제공

조성봉 선생이 1971년 촬영한 중앙청(1995년 철거), 청계 고가도로(2005년 철거), 숭례문, 관악산 취사 장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셀수스협동조합(조성봉사진갤러리) 제공

사진은 언제 그 힘을 발휘할까? 촬영대상을 찍은 사진은 현실 기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될 수 있다. ‘반세기, 기록의 기억’에 게재될 사진들은 1971년에 촬영된 것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 건물과 청계고가도로는 볼 수 없다. 방화로 전소되기 전 숭례문(남대문) 사진 등은 모두 반세기 전의 사진인데 과거 사진에 맞춰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구도로 2021년에 다시 사진을 찍었다.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50년 전 과거사진과 현재사진을 비교하면서 정치경제학적으로 변화된 우리의 사회상을 볼 수 있다. 1971년 사진들은 조성봉 선생이 셀수스협동조합에 무상 기증했고 2021년 사진들은 셀수스협동조합원들이 찍었다. 조성봉 선생이 자기 사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덕분에 사진의 기록이 기억되어 스토리가 되었다. 누군가 50년 후 미래에 과거 및 현재의 사진과 똑같은 공간에서 그 피사체를 찍는다면 100년 기록의 심장부를 관통하여 무상공유의 맥박을 힘차게 뛰게 할 것이다.

사진 등의 콘텐츠는 순전히 내 것이 없다. 앞서 간 사람들의 유산에 내 노력이 살짝 얹어져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콘텐츠는 모두의 것이다. 콘텐츠를 무상공유하자는 운동은 이념이 아니다. 내 휴대폰에서 잠자고 있는 사진이 누군가에는 필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에 돈 받지 말고 서로 주고받자는 ‘카피레프트 운동’은 일종의 에너지 절약, 자연보호 운동이다.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반대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는 ‘저작권’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저작권리는 보호받아 마땅하지만 ‘독점’ 대신 ‘공유’로 사회발전을 이루려는 카피레프트 운동은 ‘돈이 없는 사람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연재 기획 ‘반세기, 기록의 기억’은 조성봉 선생과 셀수스협동조합원들이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정치영 교수(한국학 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 등 세 명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경향신문에 실리는 과거·현재 사진들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www.celsus.org)에서 누구나 비용 지불 없이 다운로드해서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제 ‘반세기, 기록의 기억’ 사진들은 무상공유의 작은 불씨가 되어 ‘저작권 독점’이라는 낡은 세상을 무너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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