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공약’ 받아쓰기, 이대론 안 된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를 30일 앞두고 공약 발표와 토론회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와 다른 선거운동 현상이 발견된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한 줄 공약, 10~59초 동영상 등 쇼트폼(short-form)’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쇼트폼은 말 그대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인기를 끄는 짧은 메시지나 영상을 지칭한다. 소셜미디어 중에서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유튜브 쇼츠 등이 주목받고 있다. 쇼트폼은 이미 소셜미디어, 웹툰, 웹 예능, 영화제작에 활용될 정도로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런 쇼트폼이 선거운동 도구가 되어 한 줄 공약과 짧은 동영상 공약 전달창구로 재탄생되고 있다.

선거에서 소설미디어 쇼트폼 공약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주목받는 MZ세대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있다. MZ세대는 모바일 기반 짧은 호흡의 콘텐츠의 주소비층이다. 이동하면서 정보를 얻는 MZ세대에게 쇼트폼은 시간 절약과 원하는 메시지만 보거나 전달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증가로 쇼트폼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으로 정치인과 유권자들 간의 스킨십 정치가 제약되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전당과 후보들이 공약과 메시지 전달방식으로 한 줄 공약과 동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쇼트폼 공약 발표에는 몇 가지 문제도 발견된다. 한 줄 공약이나 짧은 동영상은 단문으로 신속하게 전달하다는 장점에 비해 설명이나 공약의 맥락과 의미를 유권자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거기에 더해 한 줄 공약, 공약 동영상은 앞뒤 맥락 없이 ‘반대, 폐지, 실현’ 등의 구호성 단어만 나열하여 정확한 정책검증, 재원, 대안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제시되는 공약은 매우 민감한 국내외 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던 쇼트폼 공약으로 ‘사드 추가배치, 외국인 건강보험, 북한 주적, 탈원전, 여성가족부 폐지, 주식 양도세 폐지, 감세’ 등은 단순하게 찬성·반대로 결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정치사회적 고려가 필요한 정책들이다. 정치는 이슈에 따라 때론 전략적 인내심이 필요하고, 때론 장시간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한 줄 공약이나 동영상 공약은 자칫 구호만 난무하고 찬성과 반대의 진영논리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언론이 ‘선언정치, 한 줄 정치’에 매몰되어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뉴스화하고 있다. 언론은 공론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분법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정치권의 한 줄 공약이나 동영상의 쇼트폼 정치를 방관하고 있다. 공약에 대한 꼼꼼한 검증·평가 없이 찬성 또는 반대를 그대로 옮기고 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수십 가지의 공약이 정책화되기 위해서는 고려할 부분이 많다. 많은 공약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검증은 없이 받아쓰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도 포털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한 줄 공약과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는 의미있고 좋은 내용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쇼트폼 공약은 권위주의 시대 잔재인 구호정치와 성·세대·지역 갈라치기성 공약 남발로 유권자의 찬성·반대를 강요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언론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정치권의 쇼트폼 공약을 잘 평가하고,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검증해 주어야 한다. 쇼트폼 공약의 화제성에만 매몰되지 말고, 공약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공론장으로 이끄는 것도 언론의 사명이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 언론과 유권자들의 냉정한 검증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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