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내각, 30~40대 공기업 사장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 때 한 달 정도 파리에 머물렀다. 문화경제학 책을 쓸 준비를 하면서 최신 자료들을 찾아보던 시절이었다. 파리 10대학 법대 출신인 사르코지의 당선은 대학과 에콜의 경쟁 속에서 흐름이 변하는 순간이기는 했지만, 그는 보수 중에서도 더 보수라서 그렇게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때 인상적으로 본 게 30대 장관들이었다. 국토생태부, 우리 식으로 말하면 환경부와 국토부를 통합한 부처의 장관이 1973년생인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였다. 37세에 처음 각료가 되었다. 우리 식으로 치면 법무부 장관 후에 스포츠부 장관이 된 1976년생 라마 야드를 둘러싼 수많은 격론이 진행되었다. 이들보다는 약간 나이가 많지만 40대 환경부 장관으로 정치 격론을 끌고 다닌 샹탈 주아노도 사르코지 내각의 주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는 ‘고인물’

그 시절 내 기억으로는 유럽의 우파들은 나이 많고, 노회하며 끈적끈적한 그런 인물들이었다. 사르코지는 30대 장관들을 과감하게 임명하면서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였다. 44세에 보수당 정권을 되찾아온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이나 젊은 장관들을 통해서 상황을 돌파하려고 했던프랑스의 사르코지, 모두 보수였다. 이 흐름은 유럽에 자리를 잡았고, 사회당 정부의 젊은 경제장관이었던 마크롱이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좌파가 더 젊은 사람들을 등용할 것 같지만, 수세에 몰렸던 우파들이 내각 연령을 낮추려는 시도는 먼저 했다. 그때 파리를 떠나면서 ‘누가 유럽이 늙었다고 하느냐?’는 생각을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도자의 연령을 낮추는 것은 사실 좌우와는 상관없다. 누구든 하면 된다. 어차피 장관이나 기관장은 정무직이라서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혁신 요소로 잘 활용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주요 인사에서 나이 따지는 거 보면서 너무 오래 고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관이나 비서관으로 있던 사람들이 10년 만에 다시 와서 어차피 잠시 있다갈 ‘어공’이면서 자기들 들어올 때 생각 못하고 나이와 위계 따지는 거 보면서 마음이 좀 그랬다. 그사이에 국민의힘에서는 30대 당대표가 나섰고, 정치권의 연공서열을 무력화시켰다. 그 힘으로 윤석열이 대선 후보가 된 거 아닌가?

상대편인 이재명은 ‘젊은 내각’을 공약으로 천명하기는 했는데, 그가 말하는 젊은 내각이 뭔지 아직 구체적인 상이 제시된 것이 없다. 사르코지는 성평등 내각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15개의 장관직에 7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드골로 상징되는 프랑스 보수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했던 사르코지이지만, 그도 최선을 다하기는 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좀 더 유의미한 방법은 한때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박용진 혹은 젊은 총리를 활용하는 내각 구상이다. 총리가 젊어진다고 내각 자체가 젊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후보의 의지를 보이기에는 더 나은 방법이 없을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경제 전반적으로 청년들의 약진을 도모해야 한다.

젊은 정부가 새 물결 만들었으면

이미 네이버를 비롯한 많은 기업에는 40대 CEO나 임원들이 등장하고 있다. 경제나 기술 분야에서의 40대 장관은 프랑스의 마크롱 이후로 이제 어색한 얘기가 아니다.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행정안전부 같은 곳에 30대 사회활동가가 장관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현장의 소리를 잘 전달하면 된다. 몇 년째 고전 중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한 젊은 30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기업 사장도 반드시 연공서열제로 뽑을 필요는 없다. 좀 더 생각해보면 국책연구소도 한참 생기 있게 연구 중인 30~40대 연구자가 원장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인사의 구조적 실패는 장관이든 공기업 사장이든, 임명되는 날부터 다음 자리를 위해서 외부에서 밥 먹고 줄 서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데에서 비롯됐다. 그보다는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젊은 인사가 훨씬 더 낫다. 이건 구조적 문제다.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겠다는 586들에게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보다, 젊은 내각과 젊은 공적 기구 운영진으로 새 물결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군인의 시대, 투사의 시대를 모두 겪었고, 그들이 나이 들어 결국 고인 물이 되었다. 이재명 캠프 메시지나 인물만 보면 이재명 정부가 젊어질 것이라는 청사진이 잘 안 보인다. 좀 더 젊은 정부가 공기업과 연구기관을 포함해서 사단급으로 오게 될 거라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젊은 엔지니어가 한전 사장이 되고, 콘텐츠진흥원장에 청년 창작자가 임명되는 시대, 나는 이런 상상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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