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인생과 몀생

울 동네에선 동물 친구끼리 사랑하는 걸 ‘대붙는다’고 하는데, 개며 염소며 집짐승들은 타고난 요령껏 자손을 번성시켜, 이렇게 빼닮은 걸 ‘타갰다’고 말한다. 외탁이든 친탁이든 ‘타갠’ 후대를 보게 되는데, 성질머리조차 타갰다.

특히 고집불통의 대명사인 염소는 진짜 주인 말을 안 들어. 염소를 끌고 가는 주인네들 보면 힘에 부쳐서 질질 끌려다닌다. 염소를 ‘몀생’이라 부르는데, 인생이나 몀생이나 괜한 고집과 땡깡을 부려 무슨 득 될 게 없거늘 유달리 드센 녀석들이 있지. 타갠 것의 정도가 지나쳐 천하의 막무가내 별종, 변종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를 ‘똘것’이라 부르기도 해. 무리 생활을 마다하고 외따로 멋대로 사는 똘놈.

양고기와 개고기 이야기는 당분간 금지. 살아 있는 양이나 개, 염소 이야기는 오케이. 염소의 식성은 평균치가 있지만 간혹 똘것이라 불리는 녀석이 태어나곤 한다. 염소가 종이를 잘근잘근 씹어 삼킨다는 건 당신도 들어 아시겠지? 염소는 세계명작전집은 물론이고 성경책도 보이면 보이는 대로 씹어 먹는다. 염소가 그러나 신문은 잘 안 먹는데, 잉크 냄새가 진해선지 아니면 특정 신문에 반감이 쌓여선지는 잘 모르겠어. 암튼 염소가 지나간 자리는 남김없이 깨끗해. 노을이 물들면 염소들도 집으로 돌아갈 때. 목에 달아 놓은 종이 잘그랑 울린다. 검고 둥그런 염소똥도 바닥에 잘그랑 뿌려지고, 비탈길에 달빛이 내린다. 밤하늘엔 염소가 뿌려 놓은 똥만큼 별이 뜨지. 갓난둥이 염소가 엄마 젖을 빠는 밤이면 하늘도 메마른 땅에 젖을 주려고 비를 뿌린다.

사람 친구가 가끔 염소처럼 말할 때가 있어 깜짝 놀라곤 해. 전화기 저편에서 “머해해~” 그러면 “암껏두 안해해~” 염소처럼 대답하지. “검정콩 똥은 잘 쌌어? 책은 잘 씹어 먹었어?” 친구에게 염소나 된 거처럼 물어봐. 염소나 잠자리처럼 당신 곁을 맴맴 맴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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