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다 사람이 많던 ‘쑥스러운 곳’…지금은 중고차만 빽빽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33) 인천 송도해수욕장

1971년 송도해수욕장과(왼쪽) 송도해수욕장이 있던 자리의 2021년 모습. 셀수스협동조합제공

1971년 송도해수욕장과(왼쪽) 송도해수욕장이 있던 자리의 2021년 모습. 셀수스협동조합제공

‘바닷물 속에서 눈뜨고 조개껍질 찾기’ ‘마음껏 헤엄치기’ ‘연인과 손잡고 모래사장 걷기’ ‘가족과 비치볼 놀이’ 등은 1971년 여름에 인천 송도해수욕장에서 절대 할 수 없는 행위다.

힌두교 순례자들의 목욕과 생활폐수로 똥이 둥둥 떠다니는 인도 갠지스강을 연상케 하는 송도해수욕장은 그 당시 ‘똥물 해수욕장’으로 불렀다. 해수 온도와 해수욕객의 소변 온도가 거의 일치해서 항온동물인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을 위험이 적었던, 더럽지만 안전한 해수욕장이었다.

물 반 고기 반도 아니고 물보다 더 많은 피서객들을 보면 수상 안전요원보다 지상 안전요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런 해수욕장에 왜 인파가 몰렸을까?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1970년대,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치기 물놀이가 가능했던 해수욕장이 ‘인천 송도’다. 해수욕장에 간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던 시절, 바캉스 순례지가 송도해수욕장이었던 어린이들은 소독이 필요했던 바닷물에서 눈병, 배앓이로 애초 방학계획표에는 없던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해수욕장이라 부르기 쑥스러운 해수욕장 송도는 섬이 아니다. 송도(松島)를 섬(島)이라 부르지 못하는 건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업가들이 바닷물을 끌어들여 갯벌에 백사장을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인공 해수욕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의 다도해 명승지 송도(松島) 지역명을 프랜차이즈 조선지점처럼 이름 붙여서 인천송도가 생겨났다.

1937년에 개통한 인천과 수원 사이를 오가는 협궤철도 수인선이 피서객들을 실어 날라, 인산인해에 한몫을 했다. 6·25 전쟁 기간에도 휴장 없이 영국군 휴양지로 사용되었던 송도해수욕장이 수질오염 악명으로 넘실거리다, 수질개선 불가능이라는 공포로 밀려오자 이용객이 급감, 2011년에 폐장됐다.

송도해수욕장을 매립하고 그 땅은 중고자동차 수출단지로 용도 변경이 되었고 2021년 사진을 보면 자동차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일본인, 조선인(한국인), 영국인 등 수많은 외국인들이 해수욕장에 오랜 세월 몸을 담근 송도는 국제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그런데 빽빽함이 송도의 전통인지 지금의 송도 주변에도 고층 아파트가 빈틈없이 세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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