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 정책과 인·태 전략, 차이점과 공통점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문재인 정부가 잘한 정책 중에는 신남방 정책이 있다. 한국 외교의 중심축은 오랫동안 대북관계 또는 동북아시아였다. 신남방 정책은 동남아시아+인도를 외교의 중심 축으로 주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동남아시아+인도와의 경제 교류는 대폭 확대됐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아세안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프놈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 것일까?

먼저 차이점을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표현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신남방 정책은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를 표방했다. 대중국 견제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원조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다. 아베 총리가 2007년 인도 의회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했고, 조 바이든 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자유롭고 개방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중국 견제 성격이 담겨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진보 쪽의 주요 논객들은 매우 비판적이다.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의도에 영합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아세안 버전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있다고 해명한다. 아세안은 2019년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발표했다. 중국을 배제하지 않고, 모두의 발전과 번영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공통점을 살펴보자. 첫째, 아세안의 중요성을 주목한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 전체가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개선을 목표로 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신남방 지역 투자는 70% 이상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과 양자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발표했다. 한·아세안 외교당국 전략대화,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 정례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전기차·배터리·디지털 분야의 협력 강화도 제안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계승해야 한다.

둘째, 중국 견제에 대한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견제와 거리 두기를 하려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윤석열 정부 역시 중국 배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두 가지 근거가 제시된다. 하나는, 윤 대통령 스스로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세안의 관점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아세안의 관점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일본 버전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니라, ‘아세안 버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가깝다고 해명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윤 대통령이 밝힌 인도·태평양 전략의 협력 원칙이다. 윤 대통령은 ‘포용, 신뢰, 호혜’를 3대 협력 원칙으로 밝혔다. 재밌는 것은 얼마 전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때 밝힌 ‘주변국 외교’의 대외정책 기조와 매우 흡사하다. 지난 당 대회 보고에서 시진핑 주석은 ‘우호, 상호신뢰, 이익융합’을 강조했다. 한국은 ‘포용, 신뢰, 호혜’이고, 중국 공산당은 ‘우호, 신뢰, 이익융합’이다. 개념도 같고, 순서도 같다.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체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분명한 것은 동남아시아+인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중국을 배제하면 안 된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계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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