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페터 바이벨, Chants of the Pluriverse(stills), 1986-1988, 11채널 비디오 설치 ⓒPeter Weibel

페터 바이벨, Chants of the Pluriverse(stills), 1986-1988, 11채널 비디오 설치 ⓒPeter Weibel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페터 바이벨: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이라는 제목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는 가운데 페터 바이벨의 작고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1960년대부터 미디어아티스트이자 시인, 음악가, 큐레이터, 미디어아트 이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미디어아트의 태동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분야의 발전 과정에 중요한 궤적을 남겼다. 함부로 예측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세상의 변화를 인류가 축적해 온 관습, 규율을 토대로 가늠하고, 예술언어로 상상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문을 열었다.

실험문학, 퍼포먼스, 실험영화, 음악 등을 넘나들면서 예술의 영역을 연결하고 확장시켰던 그에게 예술과 과학 사이의 경계를 비롯한 세상의 촘촘한 경계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한 번의 삶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던 그는 동시에 다양한 우주에서 사는 사람처럼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활동을 펼쳐나갔을 뿐 아니라, 앞을 내다보는 사람처럼 시대를 앞선 실험과 제안을 쏟아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가운데 ‘다원성의 선율’은 그런 작가의 태도가 녹아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비디오, 사진, 영상, 컴퓨터 매체를 결합해 11개의 영상 채널로 구성한 이 작품은 그가 1986년부터 1988년까지 2년 동안 수집한 100분짜리 비디오 프로젝트에서 추출한 소스로 구성한 일종의 영화에세이다. 작가는 산업혁명부터 데이터 기반의 정보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발전시킨 기술이 변화시킨 세계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예술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켜 더 풍부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매개가 되기를 희망했던 작가의 바람은 오늘의 토대가 된 과거의 정보들이 연주하는 하모니를 타고 퍼져나간다. 이제 또 다른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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