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의 ‘청년’, 45세 또는 49세가 맞나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납득도 이해도 안 된다. 45세, 49세 청년 나이 높이기 ‘정치’와 ‘정책’ 때문이다. 최근 몇몇 지자체들이 조례 개정을 통해 청년 연령 기준을 상향하고 있다. 이유를 듣고 보니 어이가 없다. 지역의 청년 취업이나 주거 지원 확대 속에서 인구 유입과 정착 유도 취지라고 한다. 청년 인구가 감소하자 청년 연령 상향에 방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제도 변화는 정책 취지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몇몇 지역의 49세 청년은 볼썽사납다. 어쩌면 부모와 자녀가 ‘청년’이란 나이 테두리에 같이 뭉쳐 있을 수도 있다. 지자체의 과도한 나이 상한선 끌어올리기는 ‘청년 팔이’ 정치의 단면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는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했다. 지자체 조례에서 법률과 동일한 곳은 15.8%에 불과하다. 10곳 중 6곳은 18 또는 19~39세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40대’ 청년 규정이 54곳에 달하는 것이다. 전남 고흥, 전북 장수, 경북 봉화, 충북 괴산 등은 49세까지 청년이다. 17개 광역시·도만 봐도 천차만별이다. 18~34세(부산), 19~34세(경기·서울), 18~39세(강원·인천·대전·전북), 19~39세(경남·경북·대구·광주·세종·울산·충북·충남·제주), 18~45세(전남)로 제각각이다. 청년기본법과 부합하는 곳은 서울과 경기뿐이다.

과연 45세나 49세 청년 규정이 맞는지도 묻고 싶다. 정작 40대는 본인이 ‘청년’이라고 생각할까. 서울 성북구나 성동구 청년(39세)과 도봉구 청년(45세)의 삶이 큰 차이가 있을까. 지자체들이 앞다퉈 청년 나이를 높이는 이유도 제한된 합리성에 기인한다. 지자체들은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상황 대처와 정책 대상의 확대를 꼽는다. 청년 연령 상한선을 끌어올렸으니 정책 대상자가 많아질까.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지자체 청년정책 재원 규모가 크지 않다.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할 예산만 분산될 뿐이다. 그 납작한 예산으로 청년의 삶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지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청년기본법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청년정책의 제도적 근거 부재에서 출발했다. 청년 당사자들이 중심이 돼 청년의 삶과 여정에 필요한 정책 수립의 법제화였던 것이다. “내가 겪고 있는 삶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사이의 불일치”를 느낀 청년들이 만든 정책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법률에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정책 수립과 조정, 그리고 청년지원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다. 그러나 나이 끌어올리기는 다양한 이유로 조기에 학교를 떠나거나 이탈한 청년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청년의 나이 기준선과 각 정책의 연계성을 높이는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아동(18세 미만), 청소년(9세 이상 24세 이하), 청년(19세 이상 34세 이하)의 중첩된 정책 조정을 해야 한다. 현재 청년고용촉진특별법(15~29세), 중소기업 창업지원법(39세 이하), 고용보험법(15~34세),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 공제(19~34세) 등 차이가 크다. 청년보장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 다수는 25세 미만(16개국)이거나 30세(3개국)다. 청년의 나이 기준선은 18세부터 29세와 34세로 정책을 구분 짓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30대 중·후반으로 갈수록 청년정책의 효과는 미비하다. 30대에서 40대로 이어지는 공백은 기존 노동시장과 사회정책의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청년정책 핵심은 학업과 직업 및 사회로의 이행기 과정에서 이탈이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장기 실업이나 사회적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미래를 위한 선택지를 더욱 잘 알 수 있도록 정책의 취지를 이해하면 좋겠다. 청년정책은 복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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