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닭발을 요리에 써보려다가 포기했다. 손질도 어려운데 비싸다. 좋은 건 ㎏당 6000~7000원이나 한다.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닭발이 비싸면 닭고기 가격이 조금이라도 싸진다. 버려지는 부위가 적어야 고기 가격이 안정된다. 삼겹살이 비싸긴 해도 고만고만하게 버티는 건 싸게 취급되던 돼지의 여러 부위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돼지 등심과 안심은 대표적인 비선호 부위였는데 돈가스 붐과 다이어트 바람으로 많이 올랐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보통 삼겹살 대 등심 가격이 1 대 0.2~0.3 하던 게 1 대 0.5 정도까지 올랐다. 돼지 등심은 구워먹지 않는 게 우리의 불문율이었다. 퍽퍽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서양에선 가장 비싼 스테이크감인데! 한국의 요리사들이 이 선입견에 도전했다. 바로 뼈등심, 돈마호크라는 별난 작명을 얻은 방식이다. 등심에 아삭한 비계와 뼈를 붙여 자르니 스테이크가 되었다. 돼지 가치가 부위 전체로 고르게 분포되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젠 인터넷 쇼핑몰에서 클릭 한번으로 이 고기를 살 수 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당대의 정보전달력 덕이다. 덕분에(?) 요리사들은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어떻게 하면 인기를 얻어낼 숨은 부위를, 요리방식을 선보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자극도 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돼지 축산업계의 최대 고민 중의 하나가 삼겹살, 목살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비싸다고 비난받지만 남는 게 별로 없었다. 부위별 가격 차이가 너무 벌어져 생긴 일이었다. 요즘 인기 있는 게 돼지 뒷고기다. 원래 도축기술자들 사이에서 공식적인 판매 부류, 예를 들면 등심이나 삼겹살처럼 정해지지 않은 숨은 부위를 잘라 팔던 관습이었다. 지금은 엄청나게 비싼 부위인 항정살도 1990년대까지는 뒷고기의 일부였다.

요즘은 그 의미가 확장돼 구잇감으로 잘 모르던 부위도 뒷고기라는 카테고리에 넣는다. 덜미살이니 하는 것들이다. 비계가 많아 목살에 넣지 않고 순댓국용 머리에 붙여 자르던 돼지 뒷덜미 쪽이다. 이게 별미다. 사각거리는 비계, 붉은 살이 진한 맛을 낸다. 단점이 장점이 됐다. 7~8년 전만 해도 알음알음으로 허름한 구이집에서 아주 싸게 먹던 고기였다. 이젠 고급 구이집에서도 예약해서 먹는 귀물로 취급된다.

물론 부작용도 생겼다. 싸게 풀려 서민의 외식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순댓국 머릿고기 가격이 올라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구이용으로 뜻밖의 부위 가격이 오르니 생산이나 유통업자들이 삼겹살 가격에만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삼겹살 가격이 안정된 건 이런 배경과 여러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소고기로 이 논의를 넓힌다면 구이로 잘 쓰지 않는 양지머리, 우둔 쪽도 얼마든지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보여달라고! 즐겁게 소비해 줄 테니.”

자, 또 어떤 재료의 부위가 우리를 놀라게 할까. 그것이 소비자와 생산자가 다 같이 즐거운 일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기뻐해줄 수 있다. 요리사의 창의와 분발을 지켜보는 일이기도 하다.


Today`s HOT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폭격 맞은 라파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