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은 어디 갔을까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닭고기에 대한 시중의 신화는 여전하다. 산 닭을 잡아주던 닭전, 아버지나 어머니의 기억에 등장하는 닭백숙이 주로 그 신화의 대상이다. 요즘 팔리는 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이런 신화는 다시 소환된다. 나 역시 그 기억을 여러 번 말하곤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다울 때는 전기구이 통닭을 사오시거나, 산 닭을 잡으실 때였다고.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얼마 전에 전라도 취재를 갔다. 당대는 오직 프라이드치킨의 시대 아닌가. 그래서 다른 품종의 닭, 다른 닭 요리는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전라도의 여러 지역은 아직도 이른바 ‘토종닭’의 소비가 많다. 여기에도 신화가 개입되는데 이를테면 ‘놓아기른 닭’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토종닭’이어야 한다.

토종닭은 브로일러닭, 그러니까 튀겨먹기 적당하고 빨리 자라는 거대한 육계산업에 밀려서 고사되다시피 했다. 게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종 보존을 하지 못해 토종닭을 과학자들이 ‘복원’하기에 이르렀다. 시중의 닭이 외래종과 토종닭이 마구 교배되고 혼재되면서 분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까닭이다. 마치 토종돼지로 생각하는 제주의 시판용 흑돼지가 토종돼지에 일반적인 도입종의 흰 돼지들, 버크셔 같은 검은 털을 가진 도입종이 두루 섞인 상황과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토종닭은 한반도에 살았던 여러 닭의 어떤 한 혈통인 것은 맞다는 정도로 정리한다. 수많은 종이 있었을 한반도에 닭의 계통도나 서식지, 특성 같은 것을 입증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전라도의 닭은 가슴살을 회로 내고, 진한 붉은 살의 여러 부위를 푹 고아서 탕으로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내장이 딸려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오돌오돌한 모래집 회나 구이는 닭도 부위별로 맛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유럽이나 일본은 지역별로 토종닭 문화가 활발하다. 이것 역시 후대에 복원하거나 교배 등으로 닭의 품질을 높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 배타적인 지역성을 내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프랑스의 브레스닭, 일본의 히나이, 아마쿠사 닭 같은 경우 아주 비싸지만 잘 팔려서 지역의 이익을 높여준다. 또 지역의 고유한 조리법을 타 지역도 지키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히 닭 요리법이 독특한 호남의 토종닭 미식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축산법도 엄하고, 그런 조리법의 닭을 젊은 세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프라이드치킨 말고는 우리 닭과 조리법은 점차 잊히고 있다. 한 가게에서 토종닭 폴 코스를 시켰는데, 닭 회가 나오지 않았다. “요새 손님들이 회를 안 좋아한다”는 게 주인의 변이었다. 프라이드용 닭으로는 낼 수 없는 깊은 맛, 쫄깃한 껍질, 붉은 살의 탄력 같은 것은 너무도 좋았다. 여러 세균 오염에 대한 문제, 법률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닭 회를 고급으로 제공하는 나라들도 있다.

방법을 찾아 전래의 조리법은 이어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수 없을까. 완전한 회가 어렵다면 살짝 익혀서 먹는 요리법은 어떨까. 완전히 익혀야 한다고 믿던 돼지고기조차 요즘은 분홍빛의 육색이 보이도록 요리하는 게 대유행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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