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블루크랩 소동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요즘 언론을 달구는 기사 가운데 이탈리아 꽃게 얘기가 있다. “당장 수입해서 먹자!”는 주장이 댓글에 돌더니, 정말로 수입하겠다는 회사가 나섰다고 한다. 어떤 커뮤니티에는 구입 예약을 받고 있다는 유통회사 광고문도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는 싸지만 수송비용과 이윤 등을 따지면 별로 쌀 것 같지 않다거나, 우리 꽃게도 요즘 싼데 굳이 종도 다른 게를 수입해서 먹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다.

이 해프닝은 기본적으로 ‘이탈리아는 이 꽃게(정확하게는 푸른 게이고, 학명은 Callinectes sapidus이다)를 먹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는 다르다. 이 게, 즉 현지에서 ‘그란키오 블루’라고 부르는 녀석은 70년 전쯤 지중해로 도래한 종으로 이미 식용하고 있다.

내가 이탈리아에 있었던 24년 전에도 시장에서 파는 걸 본 적이 있다. 다른 바닷게에 비해 껍데기가 딱딱해서 값은 싼 편이었지만 엄연한 식용 게였다. 이 게를 사용하는 스파게티 메뉴도 있고, 살과 빵가루, 허브를 섞어 양념해 오븐에서 굽는 ‘게 그라탱’도 해서 먹는다. 현지의 어떤 언론은 “붐! 푸른 게가 엄청 싸다, 1㎏에 3~5유로”라고 쓰고 있다. 식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지인이 좋아하는, 보통 갈색인 바닷게가 1㎏에 30~40유로 이상인 고급 어종인 데 비하면 정말 싼값이다.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아주 좋아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못 먹을 것도 없다.

블루크랩 수입을 둘러싼 세상의 호기심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다. 외국에서 안 먹는 것은 우리가 갖다먹자는 욕망 내지는 실용적 접근이다. 사람은 많고 재료는 부족한 한국 시장의 요구다. 태평양의 홍어와 오징어가 그렇고, 유럽의 삼겹살과 전 세계 소 사육국가의 ‘갈비짝’과 곱창과 위가 그렇다. 수입하지 않으면 요식 산업이 붕괴될 정도다. 한국 식량 자급률의 참담한 숫자를 떠올릴 수도 있다.

국내 반응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 게가 갑자기 증가해 바다에 쳐놓은 어민의 그물을 잘라 피해를 주고,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홍합과 조개를 잡아먹어 우려를 낳았다. 놀랍게도 이 게가 오늘날 불현듯 나타난 건 아니다. 70년 전에 이미 대서양에서 건너왔다. 배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싣는 평형수를 버리는 과정에서 지중해로 왔다고 알려졌다. 별문제 없이(?) 현지에 적응해 살아오고, 식용으로도 쓰였는데 폭발적인 증가가 걱정을 만든 셈이다.

한 가지 더. 우리나라는 이미 외국에서 다양한 게를 수입해 먹고 있다. 특히 간장게장, 게장무침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 세계에서 게를 수입, 가공하고 있다. 아주 싼 게장을 당신이 먹었다면 그것은 외국종일 가능성이 높다. 게는 잘 안 잡히고, 먹는 양은 늘어나니 별수 없이 수입으로 보충하고 있다. 한번은 반찬으로 나온 게장 맛이 특이해서 식당에 붙여 놓은 원산지를 보니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산유국 바다의 게도 우리가 먹어치우고 있다.

이탈리아산 게 소동(?)은 우리가 게를 너무 좋아한다는 데서 시작된 해프닝이다. 블루크랩 게장이 과연 밥집 메뉴로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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