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백화점 셔틀버스

최근 국회에서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금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유통업계와 지역운수업계 사이에서 찬반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셔틀버스 운행 부담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반대하는 반면, 학계 일부에서는 자가용 이용 억제 등 교통체증 방지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셔틀버스 운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찬성…소비자 대다수 운행원해/이수동·국민대 교수

최근 ‘자가용 자동차는 고객유치 목적으로 정기노선을 정하여 무상으로 이용되는 운송에 제공되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이는 백화점 셔틀버스의 운행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개정안의 목적은 여객자동차 운송업체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승객의 안전과 운송질서를 확립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른바 저인망식 고객 확보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불만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셔틀버스가 그동안 해온 순기능이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보다 윤택한 생활과 편의를 추구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유통업 본연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백화점 셔틀버스의 지속적인 운행을 바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셔틀버스는 분명 이 시대의 중심적 유통업태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의 고객들에게 상당한 시간적, 공간적 편익을 제공하였다. 이 고객이라는 것이 사회의 어느 한 집단만을 의미함이 아니고 대다수의 중산층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갤럽 등 유력한 조사기관들과 각 일간신문 등이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 조사마다 최저 68.9%에서 최고 88.0%에 달하는 사람들이 셔틀버스 운행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대중교통이 미비한 신도시나 교통체증이 심각한 도심 등지에서의 셔틀버스는 대시민(對市民) 효용가치에 있어 매우 훌륭하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도심의 주차난 해소 및 교통체증 방지 등에 크게 기여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운행금지 조치가 취해질 경우에는 상습 교통정체 지역화에 따른 고객 및 지역주민들의 불편, 그리고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될 경우 자가용 승용차의 증가로 인한 에너지의 낭비 및 불필요한 교통량 유발 등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셔틀버스의 운행이 지역상권의 주된 침체원인인 것 같이 인식되는 논리에 납득하기가 다소 어렵다. 각 업태간에는 상품과 고객에 엄연히 차별화가 뒤따른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때문에 중소상인들이나 운수업체의 경영위축에 미치는 셔틀버스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경영상의 다른 요인들과 대형점 위주로 구매패턴이 바뀌는 추세의 변화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유통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지역상권도 품질, 가격, 시설 등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고, 동네슈퍼가 담당하는 부문이 있고 백화점이 담당하는 부문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백화점업계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셔틀버스 운행을 감축하기로 한 자체 합의를 더욱 철저히 이행하여야 한다. 셔틀버스 운행에 따르는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하며, 운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고, 소비자인 시민의 불편을 자초하는 것이다.

▲반대…운수업 타격 시민에 전가/박용훈·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

백화점 셔틀버스가 일부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비용부담자와 수혜자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모순이다. 셔틀버스를 운행하려면 1대당 월평균 5백만원이 소요되는데 이 비용은 겉으로는 백화점이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고객 전체가 부담하고 있다. 백화점 임대매장에 관리비와 함께 이 비용이 청구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셔틀버스 이용자중 백화점 입점고객은 절반에 불과하다. 이 경우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셔틀버스를 탄 사람들은 무임승차로 편익을 제공받지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백화점 고객들은 자신들이 이용하지도 않은 셔틀버스의 운행비용을 물건을 사면서 지불하게 된다. 비용부담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의 교통비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셔틀버스의 운행이 늘면서 이러한 모순은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현재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운행중인 셔틀버스는 전국적으로 2,500대에 달한다. 이러한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비용은 1년에 1천5백억원에 이른다. 운행규모가 큰 곳은 50대에 이르러 웬만한 버스회사보다도 차량이 많다. 유통업체들은 지입제로 차량을 편법 운행하면서 초기비용과 유지관리비를 줄일 수 있고 운행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규모를 늘리는 데 별 부담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한 낮에 빈차로 운행하는 것도 쉽게 용인한다.

사실 셔틀버스 운행비용의 부담은 고객에게만 전가되는 것도 아니다. 셔틀버스의 운행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운송사업자들은 승객감소로 경영악화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입이 감소되면 운행차량을 줄이지 않는 한 적자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것은 버스요금 인상요인이 될 수 있고, 버스회사는 정부에 적자를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다. 무분별하게 셔틀버스가 운행하는 것을 묵인한 당국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백화점 이용과 전혀 관계없는 일반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

외곽의 동떨어진 곳에 유통시설이 들어선 경우나 노선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주택지역의 경우는 셔틀버스의 운행이 필요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두 없애는 것도 기존 이용자들의 불편을 크게 한다는 점에서 좋지는 않다. 따라서 백화점의 규모에 따라 운행 대수를 조정하도록 매장면적에 비례한 운행차량 기준을 마련하여 운행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자치단체와 운송사업자, 그리고 유통업체가 협의하여 대중교통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문제는 이처럼 윈윈게임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지금처럼 중구난방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이를 방치하면 무임승차하는 극소수 외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이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산업자원부나 건교부도 이해관계에 따라 이 문제에 대응하지 말고 어떤 것이 사회적 편익을 크게 하는 길인가에 초점을 맞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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