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빛 원전 사고, 기본 매뉴얼도 안 지킨 인재였다니

지난달 10일 원자로에서 열출력 급증 현상이 발생한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호기 사고는 결국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한빛 1호기의 열출력 급증의 직접적 원인은 근무자의 계산오류 때문이었다. 원전에서는 핵연료 교체 후 제어봉(자동차의 브레이크처럼 원자로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반응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함)이 원자로 출력을 설계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제어봉 제어능 측정을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원전 측은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해놓고 이 담당자에게 교육시키지도 않았다. 결국 이것이 계산오류로 이어지면서 원자로 출력값이 제한치의 18%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원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황당하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최초에 제어봉을 꺼내게 만든 제어봉의 조작 그룹 간 편차도 조작자의 미숙이 원인이었다. 제어봉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을 똑같이 2회 연속 해야 하는데, 한 그룹에서 1회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측정값이 들쭉날쭉했고, 제어봉을 꺼내 점검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 밖에 불순물 침적 등 기계적인 문제로 인한 원자로 제어 중 제어봉의 고착 현상도 확인됐다. 일반 공장에서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 원전에서 벌어졌다. 여기에 1차 조사에서 드러났듯, 원전 측은 열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치솟았는데도 원자로를 계속 가동했다. 원자력안전법상의 한수원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바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도 12시간 가까이 방치한 것이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감독자의 지시 없이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으면서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묻고 싶다.

다행히 이번 열출력 급증 사고로 인한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었다고 한다. 한수원 측은 이날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사고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질문에 “국내 원전은 출력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운전이 정지되도록 돼 있다”며 안심하라고 했다. 원전은 작은 실수도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완전한 안전 담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원전의 안전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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