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구 망가뜨리는 세계 최고 석탄소비국 오명 벗어야

영국 에너지그룹 BP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석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8820만TOE(석유환산톤)였다. 중국·인도·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5위 소비량이다. 1인당 석탄 소비량은 호주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유독 한국만 증가했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석탄소비가 늘어난 것은 발전수요 증가 때문이다. 지난해 석탄 발전량은 239테라와트아워(TWh)로 2016년 대비 11% 이상 늘었다. ‘지난 정부’가 인허가를 내준 석탄발전소 11기가 새로 가동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6기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했지만, 석탄 소비 증가는 막을 수 없었다. 석탄은 온실가스, 기후변화 등을 일으키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핵심 오염원이기도 하다. 석탄으로 인한 좌초자산(환경 변화로 자산가치가 없어지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이 한국의 경우 1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손해는 손해대로 보면서 지구파괴까지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2040년까지 소비를 19%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35%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석탄발전 감축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석탄 발전량 비중은 2030년이 되어도 36.1%에 달한다. 영국·프랑스 등 23개 이상 국가·지방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석탄정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세계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이미 자리잡았다. 시장규모가 400조여원으로 원자력의 20배 이상이다. 독일은 100%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석탄·원자력 발전 제로화’를 위한 감축 로드맵을 제시하길 바란다. 공급체계·요금제 개선, 수소·전기에너지 활성화 대책 등 구체적 실행 계획도 내놔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국민 100명 중 86명이 찬성하고 있다. 일부 원전론자의 주장에 휘둘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에너지 소비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소비를 줄이지 않는 한 석탄·원자력 발전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그것이 지구도 살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석탄소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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