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격화한 최저임금 논의, 을(乙)들끼리 전쟁 안 되게 해야

24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재 시급 8720원보다 2080원(23.9%) 오른 1만800원으로 하자고 요구했다. 노동자 쪽 최초요구안이 나오면서 최저임금 논의가 본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사용자 쪽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인상요인이 없다”며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노사의 첫 요구안이 격차 2000원을 넘길 것으로 보여 내년 최저임금 논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은 2017년 16.4%, 2018년 10.9%로 두 해 연속 크게 오른 뒤 2019년엔 2.9%, 지난해는 역대 최저치인 1.5%를 기록했다. 전강후약의 ‘널뛰기’를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4년간 최저임금은 평균 7.8% 올라 노무현(10.6%)·김대중(9%) 정부에 못 미치고, 박근혜(7.4%)·이명박(5.2%) 정부보다 높다. 문 대통령의 ‘3년 내 1만원’ 공약은 허물어졌고, 5년차 인상률이 6.3%(시급 9270원 수준)를 넘어야 박근혜 정부보다 높아지게 된다.

노동계는 코로나19로 경제 불평등이 커졌고, 400여만명의 저임금 노동자 생계 보호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최저임금 월 환산액 182만원은 최저임금위가 조사한 단신·비혼 노동자 실태생계비 208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식대·교통비 등 복지후생비와 정기상여금이 기본급에 산입돼 시급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4.5% 낮다는 보고서도 내놓았다.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위 논의는 이 산입범위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경영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인건비 인상 여력이 없다고 맞선다. 지난해 행정명령 업장 16만곳의 매출이 최대 40%까지 떨어졌고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118조원(17.3%)이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최저임금위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노사 요구안의 검증·절충과 공익위원들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노동부 장관 고시 일정(8월5일)을 역산하면 최저임금 결정은 내달 20일 전후까지 나와야 한다. 시급을 받는 계약직·임시직·플랫폼 노동자들과 소상공인 모두 경제적 약자들이다. 최저임금이 또 ‘을(乙)들의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위는 회복세인 성장률과 생계비·물가·소득 상승을 반영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충분히 인상하고,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정부에 요청하기 바란다. 정부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두껍게 지원하고, 소비를 진작시킬 2차 추경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원청의 갑질이나 높은 임대료,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도 종합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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