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팬데믹 속 막 오른 도쿄 올림픽, 안전이 최우선이다

제32회 하계올림픽이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한국을 포함한 206개국 1만1000여명의 선수가 33개 종목에서 339개의 금메달을 놓고 17일 동안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인류의 대제전 분위기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1년 연기된 끝에 어렵사리 열리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안과 실종된 올림픽 정신으로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기이한 올림픽이 되고 있다. 주최국의 대표 언론 아사히신문의 “분단과 불신 속에서 막을 여는,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가슴에 와닿는다.

이번 올림픽의 상징적인 장면은 텅 빈 관중석이다. 경기의 96%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올림픽 열기는 이미 식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는 거의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은 텅 빈 경기장에서 자기들끼리 경기를 치러야 하는 낯선 상황은 물론 언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도 싸워야 한다. 대회를 이상하게 만든 것은 이뿐이 아니다. 개회 전 여성, 장애인,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행위로 논란을 빚은 올림픽조직위 고위 인사들의 낙마 사태가 벌어졌다.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대회 슬로건은 시작도 하기 전에 빛이 바랬다.

주최 측의 대회 강행 결정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부정적인 인식을 더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방송 중계권료를 노리고, 일본 집권 자민당은 올림픽 후 중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무리하게 올림픽을 밀어붙였다는 주장에 시달리고 있다. 한·일 간에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한국 측이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해 선수촌에 내걸었던 자체 응원 현수막은 일본 극우세력의 반발에 제거됐다. IOC는 이런 어이없는 처사에 동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는 시작됐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IOC 등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회를 치러내야 한다. 정부와 체육회 또한 선수단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5년 동안 땀 흘린 선수들을 생각하면 대회 개최를 비난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7개 이상을 따내 종합 순위 10위 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선의 경기력으로 노력을 증명하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메달 소식은 코로나19에 지친 한국민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다. 선수단의 안전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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