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우성 대북송금 기소는 공소권 남용” 검찰은 사과하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를 기각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유죄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법부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을 확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과거 기소권을 독점하던 검찰이 자의적 기소로 인권을 유린하고 사법정의를 훼손한 데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유씨의 삶은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자행한 ‘국가폭력’으로 파괴됐다. 2010년 서울동부지검은 유씨에 대해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수사를 벌였다. 초범이고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3년 뒤 유씨는 다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에는 간첩 혐의였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조작이 드러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은 징계를 받았다. 이쯤 되면 유씨의 고통은 끝나야 마땅하다. 검찰은 그러나 기소유예 처분했던 불법 송금 혐의를 다시 끄집어내 재판에 넘겼다. 3년 전 자신들의 판단이 오류였음을 자인한 격이지만, 어떻게든 유씨를 법정에 세우고야 말겠다는 아집이 더 강했다. ‘보복 기소’라는 비판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1심 재판부는 대북송금을 포함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2심에선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판검사들이 징계받은 직후 기소가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찰청법·경찰청법 개정 등으로 검찰의 기소독점은 깨지고 수사권도 축소됐다. 하지만 제도 운용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검찰이 권한 축소·이양 차원을 넘어 내부 기풍까지 환골탈태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검찰이 과거의 정치검찰과 달라졌음을 입증하려면 유씨에 대한 보복 기소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당시 대북송금 혐의를 수사·기소했던 검사와 지휘선상에 있던 검찰 간부들에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력 대선 주자 관련 사건 수사로 다시 검찰에 시선이 집중된 시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냉정하게 성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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