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군 가리지 않는 러의 무차별 공격, 인도적 위기 안 된다

러시아 군의 공격을 받아 벽면이 너덜너덜한 잔해물 더미로 변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아파트 건물 앞에서 25일(현지시간) 이곳에 살던 한 여성이 절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군의 공격을 받아 벽면이 너덜너덜한 잔해물 더미로 변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아파트 건물 앞에서 25일(현지시간) 이곳에 살던 한 여성이 절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25일 전면 공세를 폈다. 미사일 공격을 재개하고 동·남·북부에서 포위하듯 공세를 펴며 수도 키예프 함락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체르노빌 원전도 장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지역과 군사 목표물을 모두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인·민간인 137명이 사망하고 316명이 부상당한 데 이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쟁 공포를 피해 탈출하는 피란민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 침공은 이미 곳곳에서 참상을 빚고 있다. 키예프의 한 고층 아파트는 미사일 공격에 처참하게 부서져 잔해만 남고, 지하철역은 급히 대피한 시민들로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전날 피란 대열에 나선 시민들의 차량 행렬이 60여㎞나 이어져 밤늦게까지 극심한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엔난민기구는 러시아 침공 이후 이미 10만명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집을 떠났고 수천명이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난민으로 전락해 인도적 위기에 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피란민 어린이들은 굶주림과 추위, 지뢰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제 구호단체들이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들 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러시아 침공에 대응해 국제사회는 군사를 투입하는 대신 제재에 돌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반도체·통신 등 첨단기술의 대러시아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러시아 군사력의 근간인 방위·항공·해양 등 산업이 서방의 첨단기술과 제품을 조달받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한다는 것이다. 국제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러시아의 유린 행위를 국제사회가 묵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역시 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을 약속한 만큼 책임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

반도체 등 전략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대러 국제제재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위기 대응 계획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면서 국내 기업과 경제가 타격받지 않도록 신중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석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이 예상되는 만큼 그에 따른 비상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원자재 공급망을 다면화하는 등 중장기 대책도 재점검해야 한다.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신속한 철수에도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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