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집무실, 장소가 아니라 국민소통이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청와대 이전 부지를 외교부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용산 국방부 청사 두 군데로 압축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청사와 주변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청와대 이전 부지를 외교부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용산 국방부 청사 두 군데로 압축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청사와 주변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로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7일 윤 당선인이 인수위 회의를 열고 집무실 이전 후보지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국방부 청사 두 군데로 압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서울청사는 경호·보안에 난점이 있고, 교통혼잡 우려가 커 후보지에서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방부 청사는 인근에 고층건물이 없고 보안이 용이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인수위원들이 18일 두 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기존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한 대로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을 추진할 모양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일은 국가의 중대사다. 졸속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우선 집무실 이전을 약속한 배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발표하며 “국민은 늘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도 늘 국민과 소통하며 일할 것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공약을 제시한 명분은 오로지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군사시설이 밀집해 일반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공약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청와대를 떠난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다. 보안·경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미 시스템이 잘 갖춰진 청와대를 떠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존중한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은 단순히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안전의 마지막 보루로 봐야 한다. 더욱이 이번에 집무실을 옮기게 되면 그 시설은 최소 수십 년은 유지돼야 한다. 국방부든 다른 곳이든 이전 장소로 정해질 기관들도 옮길 곳을 찾아야 한다. 해당 기관들의 직무수행에 지장이 생겨선 곤란하다. 이 모두가 번갯불에 콩 볶듯이 서둘러선 안 되는 까닭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당선인과 몇몇 측근, 인수위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와 일반 시민의 견해를 두루 수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국민과 더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해 집무실을 옮긴다면서, 정작 이전할 곳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국민 여론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이다. 윤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 직무를 시작한 뒤,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장소를 결정하고 이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지금은 차기 정부 5년 집권기간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차대한 시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과도한 역량을 소모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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