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하대생 사망사건, 망인의 존엄 해치는 이들도 가해자다

인하대생 사망사건 가해자가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피의자인 이 대학 학생 A씨는 지난 15일 오전 1시쯤 피해자 B씨를 부축해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이후 오전 4시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된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A씨는 B씨가 건물에서 떨어졌는데도 구조요청 없이 도주하고, B씨 옷가지 일부를 다른 곳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살인 고의성과 증거인멸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가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경찰은 피해자가 추락사한 것인지, 가해자가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낱낱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번 비극은 불법촬영을 비롯해 최근 잇따르는 대학 내 성범죄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징후적 사건으로 보인다. 청소년기부터 온라인에 범람하는 성착취물에 노출되며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된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다른 사회 구성원과 제대로 관계 맺는 방식을 익히지 못하고 있다. 각 대학에서는 성폭력 예방을 포함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필수화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망인(亡人)의 존엄을 해치는 2차 가해가 심각한 점도 우려스럽다. 남자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것 자체가 문제라거나, 옷차림이 범죄를 유발했을 것이라며 피해자를 모욕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남성은 본능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며 성범죄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건전한 윤리의식을 지닌 대다수 남성 시민을 폄훼하는 ‘남성혐오’에 불과하다. 피해자 ‘신상털이’ 시도 또한 죽음이라는 비극을 말초적 쾌락으로 소비하려는 저열한 호기심일 뿐이다.

언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추락한 피해자가 발견됐을 당시 상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거나, 가해자의 성별은 밝히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성별만 강조하는 제목을 붙인 기사가 줄을 이었다. 이른바 ‘클릭 장사’를 노린 매체들의 선정적이고 차별적 표현은 언론윤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 같은 언론의 초기 보도 양태가 이번 사건에 대한 관음증적 관심을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으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온라인에 쓴 짧은 글 한두 줄이 망인과 유족에게는 영혼이 베이는 듯한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시민과 언론 모두 새겨야 한다. 사법당국도 엄정한 처벌로 이러한 비극이 재연되는 사태를 막을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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