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 이예람 중사 특검 종료, 군내 성폭력 뿌리 뽑는 계기로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13일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8명을 재판에 넘기며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고 이 중사가 직속 상관들의 2차 가해와 군검사의 부실수사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검사 사상 최초로 군내 성폭력을 파헤쳐 피해자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밝혀낸 것은 성과로 평가한다. 다만 조직적 차원의 부실수사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수사 결과를 보면 이 중사가 보호받기는커녕 2차 가해와 수사 지연으로 고통받은 정황이 생생히 드러난다. 당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직속 상관 2명은 ‘피해자·가해자 분리 원칙’을 어기고, 근거없는 비방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 중대장 김모씨는 이 중사가 전입하기로 한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피해자가 좀 이상하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한다. 20비행단 군검사였던 박모씨는 가해자 장모 중사의 구속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 조사 일정을 미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 정모씨는 ‘피해자가 부부 사이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기자들에게 수사자료를 넘기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심리부검 결과를 토대로,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배우자와의 불화 때문이 아니라 성폭력과 2차 가해 및 수사 지연 때문이라고 결론냈다.

‘윗선’의 수사 무마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특검팀은 피의자 가운데 유일한 장성급인 전익수 실장이 장 중사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 대신 전 실장은 자신에게 사건 정보를 누설한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며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 실장은 “구색 맞추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 특검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누구도 이 중사를 살갑게 대하지 않고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군대 내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안 특검 말대로 다시는 이 중사와 같은 안타까운 피해자가 생겨나선 안 된다. 국방부와 공군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군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효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법원은 이 중사 사망에 책임있는 피고인들에 대해 엄정한 심리를 함으로써 상식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이기 바란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