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욱일기 논란’ 재연한 한국의 일본 관함식 참여

한국 해군이 7년 만에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참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안보 상황’하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욱일기 경례’를 둘러싼 논란도 재연되는 형국이다. 이 모든 요소를 뛰어넘을 정도로 관함식 참여의 실익이 큰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다음달 6일 도쿄 앞바다에서 열리는 관함식에 1만t급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관함식은 군통수권자가 군함을 해상에 집결시켜 장비와 전투태세, 장병의 사기를 살피는 열병식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호주 등 태평양 지역 13개국이 참가한다.

한·일 간 관함식 참여는 대체로 양국 관계가 좋을 때 이뤄졌다. 한국의 일본 관함식 참여는 2002·2015년에 있었다. 일본은 1998·2008년 한국 관함식에 참여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있었고 2002년은 한·일 월드컵이 열린 해다. 2015년에는 박근혜·아베 정권 간 위안부 합의가 있었다. 일본은 2018년 한국 관함식 당시 ‘욱일기를 걸지 말아달라’는 한국의 요청을 거절하고 불참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자위함기)에 대한 한국군의 경례는 이번에도 극심한 국론 분열 요인이 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필요하다며 참가를 정당화하고 있다. 미국의 기대에 부응한 측면도 있다. 미 국방부는 한국의 참가 결정에 한·미·일 3국 공조를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핵심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가 풀리지 않는 등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전이 없는 터다.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생각이 같지도 않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집중하려는 데 비해 일본은 미국처럼 중국·러시아 견제도 시야에 넣고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일본 관함식에 불참한다고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이 약화되는 것도 아니다.

일본과의 협력은 필요하나 일에는 순서가 있다.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고, 양국 정상 간 공식 회담을 통해 신뢰가 쌓인 뒤 군사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신뢰수준으로는 한국군 지휘관이 관함식과 같은 시기에 열리는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에 참여하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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