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꼼수고발’ 공정위, 자기 본분을 돌아보라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 현장 조사를 방해·기피했다며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와 ‘부당한 공동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지난해 12월 사흘간 현장조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화물연대 측이 사업자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해 조사가 무산됐다. 그러자 공정위는 조사방해 행위만 따로 떼어내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안의 핵심인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인지 여부는 조사가 이뤄진 뒤 최종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방해’ 혐의 자체가 사업자단체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에 해당되는 것이니 법리에 맞지 않는다. 노조인지 사업자인지 판단하지도 않고 사업자를 상대로 한 법의 잣대를 화물연대에 들이대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조사 첫날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소속된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쟁점인 화물노동자의 사업자성 여부에 대해 조사하기도 전에 예단한 것이다. 조사 중인 사건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원칙을 공정위원장이 직접 깬 것도 문제다. 그래놓고 화물연대 고발을 결정한 16일 전원회의에 위원장이 불참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노조법상 설립신고증을 받은 바 없는 등 노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 대법원은 2018년 “노조법상 근로자 여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대해 회의록, 조합원·탈퇴자 명단, 조합비 납부내역 등 12종의 자료를 요구했다. 혐의사실 특정 없이 광범위한 자료를 포괄적으로 요구한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와 공정거래법상 비례원칙에 어긋난다. 공정위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압수수색 권한을 가진 검찰 수사를 유도해 노조를 탄압하겠다는 목적 외에 무엇이 있나.

공정위는 지난 16일 재벌 내부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모든 시장 참가자가 알아야 할 내부거래 공시를 줄이면 경영투명성이 떨어지고 편법경영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소관 업무도 아닌 노조를 탄압하는 데 총대까지 메면서 기업 규율은 소극적인 공정위는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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