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부 압력에 연임 포기한 KT 사장, 언제까지 이럴 건가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도전을 끝내 포기했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23일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이사회가 구 대표를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KT 체질 개선을 통해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도전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말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됐으나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다.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흔들려온 KT의 흑역사가 되풀이된 셈이다.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 자리에 오른 구 대표는 KT를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임기 중 주가가 크게 오르고 영업이익도 개선됐다. 이런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한 그의 연임 도전을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표 후보 선정 절차의 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작동돼야 한다”며 사실상 KT를 겨냥했다. 결국 이사회가 지난 9일 구 대표의 후보 확정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선임하기로 했다.

물론 구 대표와 이사회가 후보 선정 과정에서 ‘셀프 연임’ ‘깜깜이 추천’ 등 논란을 자초한 점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과 직접 관련이 없는 대표 선임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쳤다. 그 배경에 KT 대표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여권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소유 분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셀프 연임 등을 통해 기업을 사유화하는 폐단은 막아야 하지만, 이를 빌미로 정권이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이사가 갈리는 수난을 겪어왔다. 친여권 인사들의 ‘낙하산 취업’과 채용비리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이런 구태가 문재인 정부 때 잠시 사라졌다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반복되는 셈이다. KT 대표 후보 공모에 이미 친여권 인사 수십명이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KT는 내부 구성원들이 경영성과보다 정치권 유력인사에게 줄대기에 급급하는 ‘정치기업’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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