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위기로 커지는 가뭄·산불 위험, 종합대책 시급하다

지난 8일 발생 후 20시간 동안 축구장 230개 면적을 태우고 주불이 잡혔던 경남 합천군 산불이 10일 재발화해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산불은 올해 첫 ‘대응 3단계’가 발령된 큰불이었다. 9일에는 충북 보은, 충남 논산에서 잇따라 산불이 났다. 겨울 가뭄 속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겹치면서 곳곳에서 산불이 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산불 규모와 건수가 늘고 있는 데다 산불이 빈발하는 봄철에 들어 있어 산불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발생한 산불은 217건으로 평년보다 1.5배 많다. 또 1월 38건, 2월 114건으로 한 달 사이에 3배나 급증했다. 3월에도 한날 전국 10곳에서 동시 발생하는 등 산불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산불의 65%가 봄철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피해 상황까지 우려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 3월에도 피해면적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이 11건이나 발생했고, 이 가운데 울진·삼척 산불은 역대 최장기에 최대 피해면적을 기록했다. 산불 급증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소방당국이 올해 산불 특별대책 기간을 3~4월 두 달로 늘린 것은 이 같은 증가세를 반영한 것이다.

산불이 많아지고 대형화·장기화하는 것은 기후위기와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도 극한 기후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산불 등 대형 재난을 촉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악의 겨울 가뭄이 산림을 메마르게 만들어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겨울 기온차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때아닌 혹한과 폭우가 나타난 것도 이상 징후였다. 또 기후위기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상대습도가 낮아지면서 산불 발생 위험도가 과거보다 30~50% 증가했다고 한다.

산불은 인명·재산에 피해를 끼치는 것을 넘어 자연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산림의 피해를 복구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산불 예방이 중요한 만큼 산림·소방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산불 예방·감시 활동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아가 장비와 시설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방재·진화 시스템도 가다듬어 재난대응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정도의 대비책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후위기라는 장기적 현상에 대처할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후재난이 눈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는데도 대책을 미루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