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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촛불 세뇌’ 거꾸로 가는 국방부 시계

박성진|정치부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적어도 30대 후반 이후 세대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군 시절의 한 단면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국방부 시계가 돌아감에 따라 제대할 시기가 온다는 뜻이었다.

국방부 출입기자로 서울시 용산구 삼각지에 있는 국방부를 매일 출퇴근한 지 벌써 10여년이다. 한때 호기심으로 국방부 시계를 찾아 다닌 적이 있다. 생각보다 국방부 시계는 찾기 힘들었다. 국방부 청사에 시계는 아예 없었다. 가장 큰 시계가 국방장관 접견실에 있는 대형 시계였다.

최근 국방부에 근무하는 병사들뿐만이 아니라 전방 부대에서 만난 병사들에게도 물어 봤다 “혹시 국방부 시계를 아나요”라고 말이다. 병사들은 ‘금시초문’인 듯했다.

세월은 그만큼 흘렀다. 인터넷 시대에 사는 신세대 병사들에게 ‘국방부 시계’를 말해 본들 ‘아버지 시대의 무용담’에 불과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용감했다. ‘국방부 시계’보다 더 ‘원시 시대’에 가까운, 무모한 ‘세뇌 작업’을 실시한 것이다.

그 내용을 한번 보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점점 열기를 더해 가던 지난달 중순 국방부는 일선 부대에 교육지침 공문을 내려 보냈다. “광우병 괴담의 확산과 촛불시위가 지속돼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고 나아가 한·미 동맹의 틈새가 벌어질 수 있다. 국민 감정을 이용해 반미운동을 확산시키려는 일부 세력의 기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국론 분열 현상을 초래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군의 정신 전력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유모차를 앞세워 정당한 ‘먹을 권리’를 앞세우는 형제·자매에게 ‘적대심’을 가지라는 것은 5공 독재 시절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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