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비더젠, 메르켈!

도재기 논설위원
26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16년에 걸친 총리직의 퇴임을 앞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마를로브 새 공원을 찾아 호주산 앵무새들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독일 마를로브/AP·D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16년에 걸친 총리직의 퇴임을 앞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마를로브 새 공원을 찾아 호주산 앵무새들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독일 마를로브/AP·D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만큼 여러 수식어, 기록을 남긴 정치지도자도 드물다. 최초의 여성·동독·과학자 출신 총리, 최연소·최장수 총리, 자발적으로 퇴임하는 첫 총리…. 2005년 취임 후 16년의 정치 여정은 곧 독일의 새로운 정치사였다. ‘유럽의 환자’로 불리던 독일을 ‘제2의 경제기적’으로 회생시키고, 유럽연합(EU)과 국제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총리직 사임과 정계 은퇴를 앞둔 그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주요 16개국 시민 설문조사에서 메르켈은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 독일 공영방송 ARD 조사에서는 국민의 75%가 그의 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가 보여준 정치지도자로서의 리더십 때문이다. “난 실용주의자”란 메르켈의 말은 현실정치에서 실용적 리더십으로 빛났다. 야당의 의제들도 합리적이라면 기꺼이 정책으로 수용했다. 2011년 탈원전 선언이 대표적이다. 중국·러시아와 껄끄러운 관계일 때도 경제적 협력은 유지했다. 당리당략, 계파정치를 극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채소밭 가꾸기·산책이라는 “실제” 일정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정상 통화도 “상징”으로 치부하며 거부한 게 그다.

메르켈은 26일(현지시간) 총선 투표가 마감되고 후임 총리가 나오면 선언대로 정계를 떠난다. 최근 조용하게 지내던 그는 지난 24~25일 총선 막판에 당이 밀리자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한 표를 부탁했다. 어쩌면 마지막 정치활동이다. 해외 언론들은 ‘메르켈 시대’의 명암, 그의 리더십 평가와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용주의 외에 포용성, 중재와 합의 중시, 겸손, 솔직함의 리더십을 주목한다. 이른바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다. 매트 포트러프 영국 코벤트리대 교수는 메르켈이 독일 정치판을 ‘정치’보다 ‘정책’ 토론장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메르켈은 2019년 “50년 뒤 아이들의 역사책에 당신이 어떻게 쓰여 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노력했습니다(She tried)”가 메르켈의 대답이다. 대선을 앞둔 주자들의 분주함 속에 한국판 메르켈 리더십을 생각해본다. 비더젠(Wiedersehen·독일어로 ‘안녕히’)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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