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달고나 따라하기

차준철 논설위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배우 이정재가 자신의 우산 모양 달고나를 바라보는 장면.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배우 이정재가 자신의 우산 모양 달고나를 바라보는 장면. 넷플릭스 캡처

1970~80년대 추억의 군것질거리 달고나는 지난해 봄 코로나 시대 ‘집콕 놀이’의 아이콘으로 되살아났다. 커피와 설탕을 물에 섞고 400번 이상 저은 뒤 우유를 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가 유행했다. 팔이 빠질세라 휘저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추억을 맛보며 힐링했다. 하지만 이 커피는 진짜 달고나가 아니었다. 달고나 맛이 나는, 설탕을 탄 인스턴트커피였다. 그 옛날 문방구 앞에 쪼그려 앉아 사 먹었던 달고나는 연탄불 위 국자에 설탕을 녹이고 식용 소다를 뿌려 만든 것이다.

뽑기, 또뽑기, 띠기, 떼기, 국자, 쪽자, 포또, 찍어먹기…, 달고나를 부르는 이름은 지역마다 다르다. 어느 동네에서는 부풀어오른 모습과 색깔을 빗대 ‘똥과자’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익숙한 이름은 달고나 아니면 뽑기다. 납작하게 누른 달고나에 찍힌 별, 십자가, 오징어 등 모양을 깔끔히 떼어내면 공짜로 하나 더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게임이 있어서 뽑기로도 널리 통용된다. 침을 묻혀 경계선을 녹이거나 불에 달군 바늘로 콕콕 찍어 떼어내는 ‘기술’은 반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달고나 장수 마음대로’였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 안에 나오는 달고나도 덩달아 뜨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달고나 만들기가 번지고 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미국 이베이에 올라온 수십개 세트 중 가장 비싼 건 68달러(약 8만원)나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달고나 레시피와 챌린지 콘텐츠가 줄을 잇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누리꾼이 플라스틱 국자를 불에 올려 달고나를 만들다 ‘폭망’하는 영상은 1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드라마 속 이정재가 뽑기를 했던 우산 모양은 너무 쉽다며 모나리자나 거미 등 복잡한 모양을 달고나에 찍은 합성사진 놀이도 한창이다.

드라마 인기 덕에 달고나가 글로벌 최신 유행 아이템이 됐다. 한국의 길거리 간식 문화가 수십년 지나 수출된 셈이다. 한때 유행일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참여해 즐거운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문화가 디지털 시대에 각광받는다는 사실을 달고나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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