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맹탕, 자료 재탕, 증인 허탕… 맥빠지는 초반 ‘3탕 국감’

김진우·유정인·구교형 기자

야당 세월호 문제 ‘한방’ 없어

잦은 파행에 증인들은 ‘멍~’

피감기관들 무성의·오만도

국회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맥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를 감시·견제하겠다는 당초 공언과 달리 ‘결정적 한방’이나 생산적 논쟁이 없는 ‘맹탕’ 국감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고성과 파행이 이어지면서 일부 피감기관들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해 ‘허탕’을 치고 돌아가기 일쑤다. 의원들이 내놓은 자료도 과거 자료를 ‘재탕’하는 구습을 상당 부분 반복했다. 일부 피감기관들의 자료 제출 거부나 무성의한 답변도 도를 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이번 국감이 ‘맹탕·재탕·허탕’으로 점철된 부실 ‘3탕 국감’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울림 없는 질의는 ‘맹탕’

세월호 이슈를 집중 부각시키는 등 정부 실정을 비판하겠다던 야당은 ‘무딘 창’만 휘두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는 기존에 제기된 문제점을 반복하거나 당위론적 비판을 하는 수준이었다.

야당은 지난 7일 안전행정위 국감에서 검찰이 세월호 참사 책임을 해경 123정 정장 한 명에게만 물은 데 대해 “도마뱀 같은 꼬리자르기”라는 논평 수준의 비판만 했을 뿐 ‘팩트(사실)’에 근거한 지적을 담지는 못했다. 담뱃값 인상 등 민생 관심 이슈에 대해서도 원론적 주장만 폈다. 국감장 밖에서 대기하던 안행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별 게 없죠?” “여유 있네요”라는 대화까지 오갔다. 야당의 ‘무딘 창’은 ‘컨트롤타워’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공석인 데서 기인한다.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등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팩트’가 상당 부분 드러난 점도 이유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9일 “당이나 의원들이야 새로운 걸 까고 싶지만 더 새로 나올 게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 새로움 없는 자료는 ‘재탕’

‘벼락치기’ 준비는 국감 자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과거 자료를 재탕하거나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안행위 소속 새정치연합 임수경 의원이 지난 7일 배포한 ‘소방관 미지급 수당이 1739억원’이라는 보도자료 내용은 지난 8월 같은 당 김현 의원이 이미 밝힌 것이다. ‘소방관 미지급 수당’(안행위) ‘영구임대주택 입주 대기 기간 어디가 제일 긴가’(국토위), ‘최근 5년간 XX범죄 통계’(법사위) 등은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자료’다.

언론 주목부터 받고 보자며 검증도 없이 자료부터 내는 경우도 많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배포한 ‘전국 경찰서 112 현장 도착시간’에 따르면 ‘꼴찌’는 경기 가평군이다. 하지만 이 자료는 각 지자체 면적이나 도로 혼잡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반쪽’ 자료다. 새정치연합 윤관석 의원은 지난 6일 ‘어린이 통학차량 절반 미신고’ 자료를 냈다. 이는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걸 그대로 받아서 낸 것이다.

■ 답변 못해 증인은 ‘허탕’

국감 증인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파행을 겪는 상임위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일 환노위 국감은 기업인 증인 채택 문제로 하루 종일 파행됐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간부들은 한마디 답변도 못하고 여야의 입씨름만 지켜봤다. 지난 8일 정무위 국감도 증인 문제로 진통을 겪으면서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및 23개 출연기관 간부들이 오후 내내 멍하니 자리를 지켰다.

일부 피감기관들은 무성의한 자료 제출과 오만한 답변으로 부실 국감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8일 교육부 국감에선 교육부의 자료제출 거부와 증인 불출석 등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7일 안행위 국감에선 정종섭 안행부 장관이 의원들의 잇단 자료제출 요구에도 “제출하기 어려운 자료” “저도 그 자료 내용을 모른다”면서 버텼다. 결국 진영 안행위원장까지 나서 “이건 안 낸 거나 마찬가지 자료”라며 자료제출을 독촉하기도 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