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종인 놓고 ‘결단’ 초읽기

유정인·문광호 기자

이틀째 모든 일정 취소 후 장고

김종인 ‘개편안’ 수용 여부 핵심

당내선 김 위원장과 ‘결별설’도

5일 선대위 재편 입장 밝힐 듯

윤석열, 김종인 놓고 ‘결단’ 초읽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가 4일 혼돈 속에 고심의 시간을 이어갔다. 윤 후보 결정에 따라 대선 전략과 당 내분 정리의 방향타가 바뀌는 중대 국면이다. ‘윤석열의 시간’이지만, ‘윤석열에 의한 시간’은 아니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어떻게 ‘자기주도형’으로 쇄신 국면을 만들지가 과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관계 설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윤 후보의 김 위원장 배제설까지 흘러나왔다. 윤 후보의 대선 후보로서 자질, 국민의힘의 수권 능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섰다.

윤 후보는 이틀째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선대위 재편 구상에 들어갔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사에서 “후보는 자택에서 심사숙고 중”이라고 전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주변에서 의견을 제시할 단계는 지났다”면서 “어떤 체제가 효율적인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는지 후보가 숙고에 들어간 걸로 안다”고 했다.

상당한 수준의 선대위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했다. 쟁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누구 손을 잡고 누구 손을 놓을지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 설정이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의 ‘원톱 직접통제형’ 개편안을 전부 받아들이면 김 위원장과의 추가 갈등 없이 사안을 수습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양측 감정이 상한 데다, 쇄신 주도권이 김 위원장에게 가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이 훼손되는 위험 부담이 있다. 윤 후보는 이미 쇄신 작업의 첫 돌을 놓을 기회를 잃었다.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이탈로 쇄신 불씨를 댕기고, 김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깜짝 발표해 결단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쇄신 과정에서 윤 후보 자신의 색을 내지 못하면 향후 대선 과정에서 후보의 ‘아우라’를 잃을 우려도 있다.

당내에선 김 위원장의 거취 논쟁까지 벌어졌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후보 입장의 기본은 사표를 낸다면 책임이 큰 사람(총괄선대위원장과 상임선대위원장)부터 먼저 나가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직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해도 ‘버티겠다’는 사람이 있지 않나. 후보는 한번 내린 결정은 잘 엎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선대위 인사는 “이대로라면 정치적 부담이야 있겠지만 김 위원장과 같이 안 가는 방향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김종인 위원장과의 결별설에 거리를 두는 목소리도 나왔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같이 가는 것은 상수이고 (결별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 대해 ‘쿠데타’를 언급했단 보도에 대해서도 “윤 후보가 화가 난 것은 맞지만 가공된 단어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통화에서 “김 위원장을 쳐낼 경우 선대위 절반은 떨어져 나가고 이 대표 등의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면서 “후보가 (김 위원장 안을) 안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 측은 윤 후보의 빠른 결단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당사에서 따로 선대위 재편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보다 후보가 더 답답할 것”이라며 “후보가 빠른 시일 내 결정한다고 했으니 오늘내일 사이 결말이 날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배제설’에는 “그런 건 나와 관계없다. 그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 재편의 인력과 구조 면에서 ‘윤석열표’를 얼마나 유지할지도 쟁점이다. ‘김종인안’이 현실화하면 윤 후보의 측근 인사들은 선대위 중심에서 밀려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은 권성동 사무총장, 종합상황실 총괄부실장인 윤한홍 의원 등이 어느 자리에 배치되느냐가 이를 가늠할 리트머스지로 꼽힌다.

새시대준비위원회의 향방도 관전 포인트다. 윤 후보는 정치 참여 선언부터 반문재인연대 빅텐트를 강조했다. 선대위도 통합형에 방점을 찍었다. 후보 직속으로 새시대준비위를 둔 것도 그 연장선이다. 국민의힘과 거리가 있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인사들을 끌어모으는 기구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김한길 위원장이 전날 사의를 밝히면서 새시대준비위는 존폐 기로에 섰다.

김예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국민들과 언론인들께서 우려가 깊으신 만큼 숙의를 통해 내일(5일)은 (윤 후보) 얼굴을 뵐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르면 5일 선대위 개편안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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