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당헌·당규에 없는 체제…친윤계·친이준석계 망라 사퇴 주장
권 “새 비대위 구성 후 거취 결정”…윤 대통령 “당 결론 존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속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사퇴론이 쏟아지며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친윤석열계, 당권 주자들에게서도 권 원내대표 사퇴 주장이 줄지어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원 합의에 따라 새 비대위 출범 때까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지난 10일 주호영 비대위원장에게 내준 집권여당 원톱 자리가 19일 만에 다시 권 원내대표에게 돌아온 것이다. 전엔 공식 직책인 대표 직무대행이었지만 이번엔 당헌·당규에도 없는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논란을 안고 업무를 시작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제 거취는 새 비대위 구성 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당내 사퇴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꾸리겠다고 공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소송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내의 사퇴론부터 넘어야 한다. 권 원내대표 사퇴 주장은 친이준석계부터,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 친윤석열계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당 진로에 대한 의견은 달라도 권 원내대표 사퇴로 의견이 모이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를 노출시켜 사태를 촉발했고, 비대위 전환 과정을 주도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친이준석계인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들 대다수는 (권 원내대표가) 수습할 자격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권 원내대표가 사퇴해 당 정상화에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소송이 길어지면 차기 수도권 총선에서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깨진 바가지는 새 물을 담을 수 없다”며 강하게 사퇴를 촉구했다. 차기 대표 출마를 고려 중인 조경태·김태호 의원도 전날 권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권성동 없는 새 비대위’를 추진하는 쪽에서도 권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나온다. 친윤계 강경파는 권 원내대표로는 ‘이준석 축출’ 과정이 원활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 측 한 의원은 “새 원내대표를 뽑아서 연내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30일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여간해선 지도부 결정을 의총에서 뒤집지 않는 당 특성상 권 원내대표가 바로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 권 원내대표 사퇴 후 비대위 출범 전으로 돌아갈지, 새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를 추진할지 진로에 대한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 상황이다.
결국 권 원내대표 거취도 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우리 당의 의원과 당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이면 존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여당의 비대위 전환 결정 이후 윤 대통령이 당 상황에 의견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당정 관계 설정은 선택적 거리 두기로 요약된다.
한편, 국민의힘 비대위는 새 비대위가 꾸려질 때까지 ‘의결 없는 비대위’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결정할 때도 비대위원들이 합의하는 형식을 취했다. 당헌·당규 개정도 비대위를 우회해 상임전국위원들이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가 의결하면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추가 가처분 소송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