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취임 1년

“자기 지키기 급급에 실망…1야당 본색 찾으면 다시 지지”

윤승민·김윤나영·탁지영·신주영 기자

(하) 대선·총선 때 민주당 찍었지만 등돌린 시민들의 고언

“마치 ‘선생님, 쟤 잘못했어요’라고 이르기만 하는 학생 같다.”

스무 살 때부터 지난해 20대 대선까지 민주당계 정당을 지지했다는 윤인주씨(34)는 28일로 이재명 대표 체제 1년을 맞은 더불어민주당의 현주소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다시 뽑으면 ‘이렇게 해도 뽑아주네’라고 쇄신 의지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음 총선 때는 마음이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020년 21대 총선이나 지난해 20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으나 지금은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 8명을 인터뷰했다. 이 대표 체제 1년에 대한 평가, 민주당을 향한 당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행정가로 성과를 낸 이 대표가 당대표로는 자기 지키기에 급급해 사법 리스크에 매이고, 민주당도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22년 2월2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유세에서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22년 2월2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유세에서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방탄에 집중, 다른 현안 못 보는 민주당”

유모씨(35·여) 서울, 노무사

“지금 민주당이 제1야당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데도 정권 견제를 잘 못하고 있다. 이 대표 방탄에 너무 집중돼 있어 다른 중요한 현안을 못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마이너스 수출이니 뭐니, 경제도 어렵고 야당이 할 일이 많은데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내가 (민주당을) 뽑아도 유의미한 표가 될까 싶은 고민이 든다. 돈봉투, 가상자산(코인) 사건에 굉장히 실망했다. 도덕성이 무너지면 진보 정당이 힘을 얻기 어렵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졌는데도 당대표가 된 것이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으로 험지에 출마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안위만 중요한 사람, 권력을 자기를 위해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법 리스크가 당에 부담이 되는데 당대표를 내려놓았다면 ‘자기의 안위보다 당의 미래를 본다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용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총선 투표는) 사실 그냥 안 할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든다. 다수당인데도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 그 꼴을 보면서 속을 끓이느니 안 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이 대표가 사퇴하고 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언제든 다시 민주당을 지지할 생각이다.”

“행정가로는 유능…정치인으로선 부족”

김모씨(50·여) 서울, 전문직

“그간 민주당을 쭉 지지해왔다. 성남 분당신도시의 복지가 서울보다 더 나은 부분도 있었다. (대선 당시)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후보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지금은 실망이 크다. 이 대표의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투명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일은 잘할 거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행정가로서는 잘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질수록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고 말도 안 되는 항해가 순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민주당에도 화가 난다. 민주당이 전에는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당내 밥그릇 싸움을 하는 듯한 행보들만 보인다. 이 대표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민주당이 보이지 않고 이 대표의 모습만 보이는 건 문제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찍고 싶지는 않지만, 민주당에도 실망이 크다. 윤 대통령에게 반감을 가진 국민이 당연히 민주당을 찍어준다고 생각할 것 같아 민주당을 지지하고 싶지 않다. 전 정부가 잘못했던 부분은 빨리 인정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정치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돈봉투’ 과감히 못 도려내고 변명만”

박모씨(36·남) 경기, 직장인(금융권)

“21대 총선 때는 아직 박근혜 탄핵 여파가 가시지 않아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투표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었고, ‘제3당’에 투표하면 사표가 될 것 같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피로감은 분명히 있는데, 민주당이 잘 대응하지 못하고 현안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대응하기 바쁜 느낌이다. 의석수가 더 많은데도 오히려 샌드백이 된 것 같다. 민주당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돈봉투 사건 때도 과감하게 도려내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변명하는 모습만 보였다.

이 대표가 1년간 잘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없다. 원래 흠결도 있던 데다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중의 인식도 더 나빠졌다. 검찰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만 보인다. 언론의 잘못일지라도 결과가 그런 것 아니냐. 불체포특권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 민주당이 ‘내로남불’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데 ‘뭔가 다르다’는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이 대중의 마음을 잘 읽는 게 필요하다. 국민의힘에 이준석이 등장했던 것처럼 이 대표를 대신할 새로운 사람도 필요하다.”

“과반 의석에도 성과 이룬 입법 없어”

B씨(29·남) 서울, 직장인

“21대 총선에서는 아직 국회에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느낌이라 민주당을 찍었다.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이 후보는 어디로 튈지는 몰라도 뭔가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주당에 표를 주고 싶지 않다. 과반 의석으로 먹고사는 문제, 인구 문제에 도전적으로 임하고, 성과를 낸 입법이 없던 것 같다. 개헌 논의도, 선거제 개편도 못했다. 도덕성도 무너졌고, 위선적이었다. 돈봉투 사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덕성이 이미 무너졌는데 바닥까지 보여준 사건이 아닌가 싶다.

민주당이 정부 견제를 못하는 것 같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장외투쟁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효용성도 없고, 다른 액션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혁신위원회도 노인 폄하 발언 논란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들어갔을 때 자기 몸 지키는 데 연연하는 ‘옛날 정치인’이 된 것 같다. 자리에 의탁해 몸 지키기에 급급해 보인다. 대선 후보나 경기지사 때의 추진력, 번뜩임, 날카로움이 안 보인다. 민주당은 재창당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기보다 당헌·당규와 지향하는 비전, 구체적인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는, 못하면 스스로 내려가야”

C씨(71·남) 전북, 농업경영인

“21대 총선은 민주당, 20대 대선은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윤석열 후보가) ‘살아 있는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한다’고 발언한 게 좋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돈봉투 의혹 관련, 민주당의 제재가 너무 미약하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건이 탈당으로 마무리된 것도 아쉽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물고 늘어지는 행태만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도덕성 논란은 언론에서 떠들었으니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대선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도 도덕성이 결여된 것이고 자기합리화 같다. 당대표직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국민이 내려오라 말라 할 게 아니다. 본인이 잘하고 있다면 계속 갈 것이고, 못하면 스스로 내려가야 한다.

민주당이 국가와 국민을 섬길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부패를 근절하고, 잘못이 있을 때 엄격한 처벌을 한다면 지지할 수 있다. 차기 총선을 어영부영 해서도 안 된다.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주길 바란다. 이번엔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뽑으려고 한다.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이 있다면 찍을 것이다.”

“강성 지지층 수수방관…통합 안 보여”

A씨(40·남) 서울, 직장인

“중·고등학생 때부터 민주당에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에 입당해 권리당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며 국민의 삶을 억제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코인에 과세를 하기로 하면서 ‘(기성)세대가 누릴 것 다 누리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느낌’이 들어 탈당했다.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고,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할 생각이 없다. 민주당은 조금 더 정신 차려야 한다.

이 대표는 뛰어난 행정가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대표로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보궐선거 때) 성남 분당구가 아닌 인천 계양구에 출마한 것도 방탄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 지방선거에도 신경을 못 썼던 것으로 안다. 선당후사가 안 되는 것 같다. 강성 지지층의 움직임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비명(비이재명)계와의 화합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듯해 통합의 이미지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 대표라면 당대표에서 물러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고, 민주당은 당에 집중하는 다른 분에게 맡길 것 같다. 지금은 뭔가 본인이 움켜쥐고 안 내려놓으려는 것 같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도 보다 당당하게 받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

“뭔가 바꿔내야 할 당,언제까지 남 탓만”

윤인주씨(34·여) 서울, 자영업자

“스무 살 때부터 늘 민주당을 찍었다.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 성남시장 때 성과를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다음 총선 때는 마음이 바뀔 것 같다. 민주당을 다시 뽑으면 ‘이렇게 해도 또 뽑아주네’라며 쇄신 의지가 사라지지 않을까. ‘민주당 찍어서 답이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보여주는 게 없다.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안해서 추진하는 게 없다. 상대 정당 비판에만 힘쓰고 정치적으로 움직인다. 민주당도 그냥 기득권 같고, 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 대표가 아직 구속이 안 됐으니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있는데 왜 대표가 됐나 싶다. 민주당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1년간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말고 기억나는 게 없다. 총선 전까지 (이 대표) 재판 결과가 나오진 않을 텐데 (검찰이) 이를 ‘블랙홀’처럼 이용하려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무능한 건 아는데, 민주당이 언제까지 남 탓만 하는 당에 머물 건가. 마치 ‘선생님, 쟤 잘못했어요’라고 이르기만 하는 학생 같다. 민주당은 뭔가를 바꿔내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나.”

“대통령 죽 쑨다고 당 반사이익 못 얻어”

김모씨(35·여) 전북, 의사

“21대 총선 때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력을 얻었으면 해서 민주당을 찍었다. 그러다 조국 사태 때 실망했다. 조국 일가에 대해 검찰이 표적 수사를 했다고는 인정하는데 그와 별개로 얄밉다.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

이 대표는 어느 순간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다며 포기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 같다. 혁신위를 세운 것도 이 대표가 (책임을) 모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돈봉투 사건, 코인 의혹 이후 민주당에 실망을 넘어 배신감이 든다. 도덕성으로 표 결집하면서 사람 마음을 이용하지 않았나.

윤 대통령이 무능한 것도 민주당 탓인 것처럼 느껴진다. 정부가 못할수록 오히려 야당이 미워진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탓 같다. 이 대표만 아니면 민주당에 큰 기회였을 것 같다. ‘나는 억울하다’면서 존재감은 없고, 견제도 못한다.

대통령이 죽을 쑬수록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게 아니다. 이 대표 체제로 민주당이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대표가 자진 사퇴한다면 다시 평가할 것 같다. 그런데 안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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