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장악에 ‘민항기 수송’ 백지화…군용기 비공개 급파

유신모·이창준 기자

대사관 철수 결정 10일 만에 ‘협력자 탈출 작전’

한국행 증명서 받은 아프간인 한국 정부에 협력해 탈레반의 위협을 받게 된 아프가니스탄인이 25일 카불 공항에 도착한 후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전 외교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행 증명서 받은 아프간인 한국 정부에 협력해 탈레반의 위협을 받게 된 아프가니스탄인이 25일 카불 공항에 도착한 후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전 외교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미군 철수 맞춰 준비했지만, 카불공항 대혼란에 ‘전면 수정’
국가들 간 공조해 버스로 탈레반 검문소 통과 공항까지 이동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오랫동안 정부의 협력 사업을 함께해왔던 아프간 현지인 협력자 391명이 26일 한국에 도착한다. 미군 철수 이후 급격히 악화된 현지 상황 때문에 비공개로 준비 중이던 ‘구출 작전’은 매우 급박하게 전개됐다. 정부가 이들을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데려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상승할 수 있는 계기라는 평가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숨 가빴던 아프간 탈출 작전

탈레반 장악에 ‘민항기 수송’ 백지화…군용기 비공개 급파

정부는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시작될 때부터 현지인 협력자들을 입국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현지 사정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면서 그동안 준비해왔던 계획들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지난 15일 대사관 철수를 결정하고 17일 새벽 유일하게 남아 있던 재외국민 1명과 공관 인원이 철수한 이후 정부는 미국 등 주요 우방국과 접촉하면서 아프간 협력자들을 안전하게 국내로 데려오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정부가 파악한 입국 신청자는 모두 427명이었으나 최종적으로 391명이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됐다. 30여명 정도가 현지 잔류 및 제3국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행 희망자 중에는 신생아 3명을 포함해 5세 미만의 영·유아가 100여명에 달해 특별 지원이 필요했다. 또한 카불 공항에 인파가 몰려 혼란이 극심했고 당초 추진했던 민간 전세기 이용도 불가능해져 급히 군 수송기 3대를 투입했다.

가장 큰 난관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공항 이동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안전한 철수를 위해 미국 주도로 20개국이 모인 차관회의가 22일 열리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자력으로 공항에 집결하는 방식 대신 미국이 거래하는 아프간 버스회사에 협력자들을 태운 뒤 버스가 미군과 탈레반이 함께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하게 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군 수송기는 23일 중간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24일부터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이들을 실어날랐다.

전날 현지인 협력자와 가족 26명에 이어 이날 오후 6시10분 365명이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하면서 391명 전원이 카불을 빠져나왔다.

■입국 뒤 PCR 검사 받고 격리

카불에서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한 철수 인원은 이르면 이날 밤 군 수송기 2대에 나눠 탑승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다. 입국 뒤 공항에서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시행한 후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한다. 이 시설에서 외부와 2주간 격리되며 입국 후 7일차, 격리 해제 전 각각 PCR 검사를 추가로 받는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통상적인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일하게 관리된다. 무증상이거나 경증일 경우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며, 중등증 이상의 증세를 보일 경우 감염병전담병원 등 의료기관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된다.

이들은 특별공로자로서 별도 특별 체류허가를 받았다. 난민 심사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제적 신변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다. 단기방문 비자(C3)로 입국한 뒤 장기 체류가 가능한 F1 비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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