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한인 추모 기시다에 윤 대통령 “용기”

유정인·히로시마 | 유설희 기자

정상 부부 공동참배 후 35분 회담…2주 만에 히로시마 재회

여전히 반성 언급 없는데도 윤 대통령 “방한, 큰 반향” 상찬

<b>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기리며</b>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기리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참배하고, 2주 만에 다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관련 진전된 언급은 이번에도 없었지만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공동참배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위령비를 공동참배했다. 양국 정상 부부가 위령비 앞에 백합 꽃다발을 헌화한 뒤 10초간 허리 숙여 묵념했다. 별도 발언은 없었다.

두 정상은 이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35분간 한·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7일 서울 정상회담 이후 2주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한·일은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부터 두 달여 동안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기시다 총리 제안으로 이뤄진 양국 정상의 한국인 위령비 공동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 역시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기시다 총리의 공동참배를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히로시마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참배를 “두 정상이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의미”라며 위령비 첫 문장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히로시마엔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군인, 군속, 징용공, 동원 학도, 일반 시민으로 살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제동원(징용) 피해자가 포함된 위령비에 함께 참배했음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과거사 치유를 위한 노력의 시작’이란 의미 부여에도 불구하고 한계 역시 뚜렷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공동참배의 의미를 “한·일 양국의 평화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범국으로서 사죄와 반성의 의미를 담기보다는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향후 평화를 말하는 데 메시지 초점을 맞췄다. 피해자 중에 포함된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여론을 ‘일부의 정치적 반대’로 보는 윤 대통령의 인식도 재차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방한 시 기시다 총리께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한국 국민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이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큰 반향’을 언급하며 ‘진정성’을 평가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히로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 반일 감정을 이용해 얄팍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고, 일본 내에서도 혐한 감정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대다수 한국민과 일본인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대체적으로 합의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환영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 산업, 과학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양국 관계가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해 성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한국~히로시마를 포함한 직항로의 재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의 원활한 운영, 공급망과 첨단기술 협력 진전 등을 제안했다. 두 정상은 그러면서 글로벌 어젠다 공조 대응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 속에 한·미·일 공조 강화에 공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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